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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는 아들 며느리에게 시아버지가 쓴 편지(첫째 아들 며느리)

그루 터기 2021. 6. 26. 07:59

#결혼하는 아들 며느리에게 시아버지가 쓴 편지

 

큰 아들 결혼식을 청평 북한강변 팬션 야회에서 가족 친지, 신랑신부 친구들만 모시고 작은 결혼식을 했습니다.

일반 결혼식과 달리 주례없이 그리고 행사의 내용이나 순서도 자유롭게 했었습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몇 가지 잘 한 것 중에 한가지로 꼽는 멋진 결혼식이었습니다.

행사의 준비나 진행 감독은 모두 며느리가 맡았구요. 우리 내외는 하객처럼 참석했습니다.

(이 행사 이후 며느리가 파티 플래너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고 파티플레너를 시작하여 요즈음은 꽤 유명한 파티플레너가 되었습니다.)

이거 큰애 블로그입니다.

행복을 가꿔주는 행복가드너, 넬라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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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행복한 순간을 아름답게 가꿔주는 행복가드너 넬라 - 파티플래너 김정연 & 파티룸 포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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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부로 나누어진 결혼식에서 1부는 결혼식, 2부는 친구들의 결혼파티, 3부는 양가집 야간 펜션 파티였습니다. 1부 결혼식 순서 중에 있었던 양가집 부모님의 편지 낭독 시간에 제가 쓴 편지입니다.

 

# 큰 며느리에게 쓴 편지

 

우리 예쁜 새아가!

 

이제 오늘부터 한 식구가 된, 우리 예쁜 새아가, *연아! 그리고 믿음직한 아들 *섭아!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함께 있는 가정의 달, 이렇게 좋은 계절의 여왕 5월에 너희들의 축복을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구나.

 

아장아장 걷던 *섭이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이를 새 식구로 맞이하는 날이 왔구나.

네가 우리 가족이 되는 것은 *섭이는 물론이고 엄마, *섭이 그리고 나까지를 포함하여 우리집안 모두의 행운이요, 축복이다.

그동안 아들만 둘 낳아 길러온 것은 또 다른 딸 둘을 더 맞이하기 위함이었던가? 이제 *연이 네가 우리 집에 들어오게 됨으로써 비워두었던 큰딸 자리가 가득 채워지는 것 같아 행복하고 또 행복하구나.

 

예쁜 우리 새아가, *연아! 너는 이제 우리 집의 맏며느리이자 우리 큰 딸이란다. 너희 집에서 금지옥엽이면 우리 집에서도 금지옥엽이란다.

 

새아가 너는 이제 우리 집의 중심이란다. 중심이 반듯하고 흔들리지 않으면 그 가정은 평안한 가정이 된단다. 속상하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마음에 담지 말고 서로 의논하여서 풀고, 나쁜 것은 덮어주고, 좋은 것은 두 배로 감사하며 살아보자. 서로 상처가 되는 말은 평생 한 번도 하지말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그렇게 살아보자구나.

 

서른 해 넘도록 다른 환경에서 자라서, 다 큰 성인으로 만난 두 사람이 하나로 살아가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부부란 서로 믿고 의지하고, 양보하고 살아간다면 어렵지 않게 하나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마음 같아서는 너희들에게 풍족한 신혼의 환경을 만들어 *연이 너를 맞이했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너희들의 힘만으로 시작하고 싶다는 기특한 생각을 못이기는 척 슬며시 받아들이며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고 미안할 따름이구나. 오늘의 이 결혼식처럼 작고 아름답게 시작하여 열심히 살다보면 행복이 금방 너희들 곁으로 다가올 거라 믿는다.

이번 결혼식 준비를 하는 너희들을 뒷발치에서 바라보니, 참으로 알뜰하고 절약하여 한 푼도 헛되이 쓰지 않는 것이 고맙지만 인생의 황금기를 너무 돈에 억매여 허비하지 말았으면 한다. 허례허식을 버리고 아끼고 절약하는 것이 생활이 미덕이라는 건 진리이지만 꼭 써야 할 때는 너무 아끼지 말고 너희 삶에 과감하게 투자하여 행복을 찾도록 하여라.

 

*연아! 그리고 *섭아!

지금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 너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항상 하시던 말씀을 꼭 전하고 싶구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항상 부모보다 형제들이 같이 살날이 많으니까. 부모한테도 잘해야겠지만 형제의 우애가 제일 먼저이어야 한다.”하시면서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조심스럽게 상의 드리면 큰형하고 상의했느냐?”라고 먼저 물으시고, 형님하고 상의 했다고 말씀드리면, 두말없이 허락해 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 하구나.

앞으로 너희 형제도 꼭 그렇게 우애있는 형제가 되어 주길 간절하게 소망하며 오늘 너희들에게 진심으로 당부하고 싶구나.

 

그동안 결혼 준비하느라고 힘들고 마음고생도 많았을 텐데 힘들고 어려웠던 기억들을 다 잊어버리고 일생에 있어서 가장 뜻 깊은 결혼식을 즐겁고 신나게 마무리 하고, 행복한 신혼여행에서 좋은 추억 많이많이 남기고 앞날의 계획도 세우렴. 신혼여행 즐겁게 다녀와서 반가운 얼굴로 다시 만나자꾸나.

 

너희들 신혼여행지는 이 아빠가 항상 꿈에 그리던 스킨스크버 명소이더구나.

'노인과 바다'의 작가로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칵테일이 있는 그곳.

그 멋진 곳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잔 하며 행복한 시간 보내거라.

 

사랑한다. 우리 딸 *연아, 멋진 아들아

 

2016514맑고 고운날

 

마음씨 곱고 예쁜 새아가를 맞이하는 시월드의 시자를 빼고 싶은 아빠가.

 

그리고

이 자리를 빛내 주신 가족 친지여러분, 신랑 신부 친구 여러분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오늘은 정말 즐겁고 행복하지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첫째 아들이 결혼할 때 내부자에서의 이병헌의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 잔 하자가 유행이었고, 태양의 후예에서 송중기의 군대식 발음이 유행하던 시절이었습니다.)

 

 

 

 

 

 

PS : 2022. 1. 추신

  오늘 배윤민정 작가님의 『나는 당신들의 아랫 사람이 아닙니다.』를 읽었다. (아직 다 읽은 건 아니지만 

책 내용 중에[ p125~) 새아가에 대한 의견이 실려 있었다.  충격이 었다. ' 내가 이렇게 잘못 생각하고 있다니? 내가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는 사람인거 였어? '

 

이런 글이 었다.

 

'어떻게 나를 지킬 수 있을까

두현 아버지의 메일에서 '새아가'라는 낯선 호칭을 보고, 나는 한국 사회가 원하는 며느리상은 무엇인지 생각했다. 두현은 내 부모님에게 '새아가'로 불리지 않는데, 왜 나는 시가에서 '새아가'가 되는 걸까? 이 말에는 며느리는 미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시어른이 가르치고 품어줘야 한다는 정서가 깔려 있었다. 며느리는 아이가 부모를 따르듯 시어른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도 엿보였다. 자애로운 시어른과 순종하는 며느리. 이것은 한국 사회에 강력한 규범으로 존재하는 고부 관계의모델이었다. 나 역시도 이 규범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

 

 

나는 이 주장에 대해서만큼은 동의 할 수가 없다.   ' 새아가'란 단어를 결코 그런 의미로 쓰고 싶지 않고 쓰지도 않았다. 

 

억울하다.

 

(저의 생각에 대해 글이 길어져 다시 게시글로 올렸습니다. 2022. 1. 25 그루터기의 일상사 게시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