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너의 목소리가 보일 때 까지(감성 육아 에세이)』, 이샛별, 생각나눔, 2020

그루 터기 2022. 1. 31. 05:42

너의 목소리가 보일 때 까지(감성 육아 에세이), 이샛별, 생각나눔, 2020

 

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려는 농인 엄마가 전하는 사랑과 희망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다.

코다가슴에 멍이 맺히는 단어다. 지난번 코다분이 쓴 책은 부모님이 청각장애인이었다면 이 책은 저작 청각장애인이다.

잘 아는 지인의 아내가 충주성심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남들은 하기 힘든 어려운 자리를 정년이 다되어가는 지금까지 열심히 교육에 정성을 다하고 계신다. 참 존경스럽다. 딱 한 번 집으로 초대를 받아서 뵙게 되었는데 외소한 체구에 음식을 준비하고 이것저것 하시는 동작이 어떻게나 빠른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때 성심학교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어 작가님의 충주 성심학교 이야기가 더 반갑게 다가왔다.

치과 치료에서 마스크를 쓴 의사나 간호사 선생님과의 의사전달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투명마스크를 쓴다면 입모양을 보고 알아내는 독화법으로 좀 더 쉽게 의사전달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청인으로서는 생각해내기 쉽지 않은 아이디어가 신선했다. 코로나로 모든 병원의 의료진들이 치과와 다르지 않으니까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평상시에는 일반 마스크를 사용하다가 청각장애인이 진료를 받을 때만이라도 투명 마스크를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두 부부의 결실인 아들 예준이가 태어났다. 내 손자보다 약간 빠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인 내가 바라보는 손자 보다 엄마의 마음은 더 애틋하리라. 예준이가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 엄마 아빠의 바람대로 당당하고 커 갔으면 좋겠다. 사랑을 아는 사람으로.

조용히 응원을 보냅니다.

 

 

 

 

저자 소개

이샛별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 유튜브 달콤살벌 농인부부채널 운영,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15tvn [촉촉한 오빠들-청각장애우 프로포즈] , 2017KBS 영상통화로 소통지원, 청각장애인 원격지원 , 2018KBS 유권자가 바라는 세상 청각장애인 부부, 2019서울신문』 「장애인 유튜버, 2019EBS [다큐프라임-부모와 다른 아이들] , 2019년 경기시청자미디어센터 개관 기념 1인 방송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동반출연), 2020MBC [뉴스데스크-현장 36.5]에 출연했다.

 

독서 메모

 

저는 세상의 모든 소리 중에서 가장 듣고 싶은 소리가 있습니다. 바로, 사랑스럽기만 한 제 아들 예준이의 목소리가 듣고 싶고, 궁금합니다. 청각 장애인은 소리의 부재를 가장 먼저 느낍니다. 이후에 소통의 갈망도 느끼게 됩니다. 듣지 못하는 아픔을 품은 채로 성장한 한 여자가 아이를 낳고 나서 비로소 알게 되는 소리의 갈망을 아들이 보여주는 사랑으로 채워나가느 이야기를 여러분 앞에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저와 같은 언어를 쓰는 농인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고, 아들 예준이를 낳았습니다. 아들은 코다입니다. 농인 부모 아래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코다라고 명명합니다.

 

수업이 끝난 후 잠시 쉬는 시간에 혼자 화장실로 향하던 중에 갑자기 등 뒤에서 찰싹!’ 때리는 바람에 얼얼함 가득한 아픔이 느껴져서 짜증 가득한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친구의 이름을 잘 기억나지 않지만,

가무잡잡한 얼굴형에 귀여움이 가득한 이목구비였던 그 친구의 입 모양은 , 너 왜 안 돌아봐?”, “내가 몇 번이나 불렀는데도 안 돌아보더라?” 그 순간 난 뭐가 잘못된 건지 한찬이나 멍해졌다.

 

지금의 나는 예준이의 입 모양을 읽을 수 있다.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엄마라고 불러준 예준이의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지만, 눈으로 보는 엄마라는 이야기가 더 행복했던 것 같았다.

 

우표

마음의 엽서에 기도의 우표를 붙이고 잠들며 날마다 우표를 붙여놓고 잠들며 눈뜰 때마다 행복한답장을 기다린다.

 

예준아, 네 목소리가 엄마 아빠에게 닿지 않아도 괜찮아, 엄마 아빠는 늘 네 눈빛을 읽어볼게.” “언제든지 엄마아빠의 어깨를 두드려 줘. 그럼 네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거든.”

 

표정을 비수지 기호라고 한다. 손 이외 몸이나 머리의 움직임, 눈 응시, 그리고 표정 등으로 음성언어의 장단이나 강세와 같은 비분절음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이야기한다. 그래서 내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수어와 함께 비수지 기호로 전달할 수 있는 것만으로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람의 입 모양만 보고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내는 독화법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의 헌신을 거쳤다. () 입 모양을 천천히, 정확하게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간혹 당황스러운 상황을 마주할 때가 많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경험은 치과 진료였다. 대부분의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입 모양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필담에 의지하기도 했지만 인식이 더 개선된다면 투명 마스크로도 서로가 수월한 진료 환경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청인 가정에서 혼자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가정을 이룰 때에는 같은 농인과 꼭 이루어야겠다는 다짐을 품었다. 부모님께서도 할 수 있다는 마음 그 자체를 보시고 그제야 안심하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셨다. 작은 가정은 큰 소통의 행복한 세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가정의 구성원이 서로 소통의 기쁨을 느끼고 살아간다면 이 사회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구현하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재의 싲은 남자가 해주었다면 평생의 시작은 여자가 해야 서로 공평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사랑은 그런거다. 나도 누군가의 인생에 행복을 심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고, 어느 누군가만 희생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서로 아름다운 희생을 하다 보면 맞춰지니까.

 

메마른 문장을 쓰지 않는 저는 그 사람을 떠올리며, 그를 향한 마음을 생각하며 제 마음을 옮겨 써봅니다. 바다를 좋아하는 그의 이유를 알게 되면서 함게 좋아하게 되는 제 마음을 다시 돌아봅니다. 누군가가 그러네요. 제가 더 많이 사랑하는 것 같다고, 더 사랑한다고 해서 슬프거나 힘든 건 아닙니다. 더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서 좋거든요. 나 외에 누군가를 사랑할 중 아는 그런 마음이 좋은 거죠. 그가 말합니다. “내 아내라서 참 좋다.” 그 말을 듣는 데에 참 많은 기다림이 지나갔습니다. 이젠 예준이에게 제 부모라서 참 좋아요.” 그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의 사랑을 줄 거예요. 어느 날 문득 신랑의 뒷모습을 보던 저에게 스쳐 간 생강이 말합니다. 앞서 걸어간 아빠의 걸음을 따라 걸어갈 예준이는 더없이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고.

 

부모의 언어가 다르고 부모의 문화가 다르다 하여 자녀를 향한 사랑도 다를 수는 없습니다.

 

몸이야 엄마 아빠는 네 우렁찬 심장 소리를 듣지 못해도 괜찮아 대신 피부로 전해져 오는 너의 건강한 태동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니까.

 

자주 만나지 않아도 괜찮아요. 잘 있다는 안부 정도로 충분해요. 우리가 비로소 만났을 때 그 시간만큼은 서로의 삶을 충분히 나눌 수 있다면 행복한 것이지요. 낙엽들도 여기저기 흩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멋진 작품이 되거든요

 

'키우다'라는 동사를 마음으로, 시간으로 배웠던 지난날들이 새삼 떠오르네요. 시간만큼, 마음만큼 키워지고 키우게 되는 '사랑'은 더욱 그러한 것 같아요. 아담한 마음의 텃밭에서 씨를 뿌려 물을 주고 햇볕을 쬐어주며 살아온 시간만큼 ''를 키워왔던 것 같아요. 때론 비바람이 불어와 위태로웠고, 때론 가뭄이 일어 목말랐던 시간은 이내 ''를 영글게 했었네요. 앞으로도 찬찬히 성장할 나의 마음속 텃밭이 기대되네요.

 

늘 걷던 골목길을 오늘따라 천천히 걷는 내 시간 작은 골목을 돌아보면 나의 걸음과 마음도 천천히 발자국이 된다. 빨리 걸어온 어제의 길은 마음이 지워졌고 천천히 걸어온 오늘의 길은 마음이 남았다.

 

어린이집 등하원 때마다 울었던 적이 없었고, 낯가림도 없고 옹알이도 제법 잘 한다. 대신 엄마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크게 아픈데 없이 예준이 만의 방법대로 성장하고 있다. “엄마는 소리의 부재안에서 성장했기에 세상의 소리를 일일이 가르쳐 줄 순 업지만, 너에겐 사람 다운데 스스로 삶을 일궈나갈 수 있도록 감초 같은 역항르 다할게요.”

 

예준아 태어난 지 벌써 이백일이 됐네. 길고도 잛은 그 시간 동안 잘 성장해줘서 고마워. 얼마나 엄마 손을 잡고 성장할까 싶기도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 기억할게. 엄마가 처음이고 너도 오늘이 처음이지만 지나간 순간은 엄마가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 둘게.

 

농사회에서 한글 이름 대신 얼굴이름을 사용하고 있는데, 주로 사람의 얼굴형이나 얼굴에 보이는 주요 특징을 살려서 짓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만큼 농사회는 보는 문화보는 사람의 주류다. 결혼한 뒤로 남편의 지인들은 나를 호칭할 때 곱슬머리 + 남자(얼굴이름) + 아내라는 수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제 아들도 태어난 만큼 아들에게 첫 번째로 얼굴이름을 지어주고 싶어 아빠와 아들의 상관관게를 만들기 위해 멋지다 + 남자인 얼굴이름을 만들었다. 농인 부모가 코다 아들을 이해 몇 날 밤을 고심하며 만든 첫 번째 얼굴이름을 예준이가 마음에 들어 할까?

 

참 오랜만에 조수석에 앉는 것 같아.” “그러게, 아기 낳기 전까지는 조수석에 늘 당신이 앉아 있었는데.” “예준이가 태어난 뒤로 조수석에 앉아본 기억이 별로 없어.” “ 맞아 세차를 할 때 보면 운전석은 매일 탄 흔적이 있고, 조수석엔 아주 깨끗하더니만.” “그래도 오래만일서 그런지 좋다아~”

 

빗길에 운전하고 있는 신랑을 배려한답시고 일부러 앞쪽으로 몸을 내밀어 수어로 말하는 아내를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수긍의 미소를 보내는 신랑의 얼굴을 본 지금의 내 마음은 가까워지는 회사의 모습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내내 봄이 벌써 온 것 같아 설렌다.

 

담양에서 처음 만난 대나무 숲에서 홀린 듯 빠른 걸음으로 뛰어오는 예준이의 순간을 담으며 한 번 더 되뇌어 봅니다. ‘예준이가 하고 싶은 말, 꿈꾸는 무든 것이 엄마 아빠에게 전해질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