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그루터기의 일상사

자식사랑? 욕심을 버려!

그루 터기 2022. 2. 9. 09:15

욕심을 내려놓아야 할 때 인데 잘 안됩니다.

 

어제 밤에 아들과 조금 긴 시간 통화를 했습니다. 통화의 내용을 여기 말씀 드리는 것이 적당히 않아 그냥 이렇게만 쓰겠습니다.

 

중대한 의사 결정이 있었는데 제가 설득해야 하는 일이었고, 아들은 우리에게 통보(?)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저께 처음 전화를 했을 때는 의논하는 줄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진행하고 있으면서 나중에라도 알게 될 일이니까 통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은 30대 후반입니다.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았습니다. 말하자면 독립된 가정이 된지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직장도 대한민국의 내놔라 하는 대기업의 중간 간부입니다. 스스로 제 앞길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눈도 가졌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연히 그런 나이와 사회적 지위에 도달했다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퇴직을 하고 인생2막을 시작한 60대 후반의 초로입니다. 인생2막을 시작했다는 건 좋은 단어로 포장한 것이지 옛날 자주 쓰던 나쁜 말로 표현하면 뒷방 늙은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시절엔 자식들이 주는 밥이나 얻어먹고 조용히 지내야 하는 나이입니다.

옛날 농경사회일 때는 오랜 경험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뒷방 늙은이라도 필요한 경험이 있었는데 요즈음 늙은이들은 IT시대, 4차 혁명시대니 해서 급변하는 정보에 적응하기 어렵고 그러다보니 새로운 세상의 물정에 어두워 퇴물이 되기 쉽상입니다.

 

저는 이런 뒷방 늙은이가 되기 싫어, 나름대로 부지런히 노력합니다.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으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내 능력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주위에서 보면 조금 심하다고 할 정도로 노력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음만 그렇지 노쇠해 가는 몸은 급변하는 세상살이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부모님께서 좋은 유전자로 물려준 덕분에 평생 병원이라고 거의 가 보지 않았고, 남들에게 모자란 다는 소리 듣지 않고 살아 왔었습니다. 내가 속한 그룹에서 항상 리더로서 자부심도 가지고 살았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마음같이 되질 않습니다. 건강만 해도 슬금슬금 문제가 하나씩 생기기 시작하고, 사회에서도 말 그대로 백수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젠 자식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위치가 아니라.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야하는 자리에 있습니다.

그런데 잘 안됩니다. 아직은 내가 경험도 많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한 판단이 정확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기준에 맞춰 생각하니 자식들의 행동의 오류가 눈에 자꾸 들어옵니다.

 

전화상으로 언성을 높이지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설득을 위해 반복한 내용도 있지만 다양한 경험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나 요지부동의 자식 생각을 바꿀 수 없었습니다. 아니 이미 떠난 버스를 향해 달려가면서 소리치는 거였습니다. ‘그 버스는 너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아니라고

 

아들이 말했습니다.

 ‘아부지는 지난번에도 내가 버스를 잘못 탔다고 하셨는데 결국엔 목적지에 도착 했잖아요

잠깐 말을 잊었습니다. 아들이 말한 두 번의 잘못된 버스는 내가 생각하는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 아닌데, 아들 생각은 그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항변하고 했습니다. 설령 아들이 생각하는 목적지에 도착했다하더라도 시간과 돈이 많이 든 먼 길을 돌아 온 것이니 교훈을 얻기 바랐습니다. 아니 그것보다 아부지는 내가 타는 버스마다 항상 잘못됐다고 하시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사춘기의 아들을 보는 것 같고 핸드폰을 든 손목에 힘이 쑥 빠졌습니다.

 

 “다시 한 번 잘 생각하고 결정해라.”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멘트였습니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 캔 꺼냈습니다. 통풍으로 먹지 못하는 맥주.

대신 무알콜 맥주와 구운 김 하나를 놓고, 멍하니 TV를 쳐다보며, 한 모금 마십니다.

오늘따라 중국 놈들은 이게 무슨 짓입니까. 쇼트트랙 판정 오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화면을 가득 메웁니다.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혹시 나도 아버지께 이렇게 서운하게 해 드린 적이 있지 않았을까? 제 기억으로 단 한 번도 아버지의 말씀을 거역하거나 토를 달아보지 못했습니다. 그건 내가 착한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그 땐 모두들 그랬으니까요.

지하에 계신 아버지가 오늘 이 상황을 보시고 내게 어떻게 말씀하실까 해답을 찾아봅니다.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집니다.

 

아버지 생각에.....

 

 

 

ps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자식. 눈에 넣기엔 자식이 너무 커졌습니다.

친구들 만나면 항상 아들 자랑을 했습니다. 아내와 이야기 할 때도 잘 커 줬다고 고마워했습니다.

이제 그만 해야겠습니다. 자식자랑 팔불출이라고 하니까요. 내가 지금 팔불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