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외롭다 참 좋은 일이다.』, 이상윤, 서쪽나무, 2021

그루 터기 2022. 3. 5. 22:22

외롭다 참 좋은 일이다., 이상윤, 서쪽나무, 2021

 

부제 <42년간 동네 약사로 살다 어느 날 찾아온 암과 함께 가는 이야기>를 보고 책을 골랐다.

치료 확률이 15%라는 의사의 말에도 그 안에 들면 된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최선을 다해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하고 결과도 좋았지만 다시 재발 판정을 받았다. 두 번째 항암 치료를 마다하고 지리산에서 단식치료로 암을 극복하고 남은 생을 봉사하며 사신다.

이제 나도 적은 나이가 아니다. 지금은 건강하다고 맹신하고 있지만 언제 나에게도 건강에 이상이 올지 모른다. 통풍은 나에게 작은 경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해본다. 남은 인생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겠다. 특히 인생 첫 책쓰기프로젝트가 마음에 든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다.

 

 

저자 소개

이상윤

1951년 경북 의성에서 출생, 안동여중, 여고를 졸업, 대구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약학과를 졸업, 42(1976~2018)을 쉬지 않고 약국을 경영하며 성실하게 살아다

그녀에게 어느 날 암이 찾아왔다.

최선을 다해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고 결과도 좋았다. 그러나 2년이 채 안 되어 암이 다섯군데나 재발했고 몸속의 이곳저곳으로 확산되었다. 지리산 단식원으로 들어가 47일간의 죽음의 단식을 마무리하고 지금은 수월산방에서 자연인으로 살고 있다.

 

 

독서 메모

 

모든 것을 소생시킬 수도, 멸망시킬 수도 있는 그 하루가 또 시작이 되었다.

 

나도 다시 마음을 다잡아본다. 과거를 후회하는 것은 부질없다.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꾼다면 오늘을 잘 살아 가면 된다고 스스로 다독인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 하루는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하루이다.이서 역시 고대 그리스의 시인 소포클레스의 말이다. 컴퓨터에서 마침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란 노래가 흘러나온다. 잠시 그 노래에 귀 기울여 본다. 노래 한 곡에 내 마음이 편안한 행복감에 젖는다. 오늘, 지금, 여기에 내가 있다.

 

늘 남의건강만 살피다 정작 자신의 몸은 돌보지 못한 우리들. 죽음을 바라보면서 삶이 더 귀해진 우리들, 서로 닮은, 그러면서 각자 자신의의지대로 치유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들. 그 모습들이 한참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살면서 늘 몸의 신호를 잘 들어야 한다. 피곤하거나, 아프거나, 어딘가 내 몸이 내게 보내는 신호를 잘 들어야 미리 병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살다보며 자신의 몸이 신호를 보내도 무시하거나 바빠서 미쳐 모르고 넘어간다. 그러면 내 몸이 세포가 분열이 일어날 때 문제가 있으면 유전자 변형이 오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 변형된 유전자가 암이란 놈으로 바뀌게 되어 극단적 단계에 이르고, 그러면 내 몸은 아우성을 치게 된다.

 

암이란 놈이 내 몸속에 자리 잡은 걸 안 이후 내 삶은 너무나 많이 변했다. 그 중 매일 산에 오르는 자신을 보노라면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그것도 억지로 의무감으로 가는 것이 아니고 아침에 눈뜨면 간단히 기도하고 하루를 준비하고는 자연스레 집을 나서는 내가 어느 땐 오뚝이 같기도 하다.

 

20일 동안의 캠프를 신청하고 참여하게 되었다. () 원리는 간단하다. 내 몸속의 유전자 세포 에너지를 긍정으로 무조건 믿고 감사하면 변이된 유전자에 정상적인 유전자의 불이 켜지면서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 는 내용이었다.

한라산 꼭대기에 어제 내린 눈이 보인다. 저녁에는 마지막 소감 나누기를 한다. 함께한 시간들이 소중하다.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나니 아쉬움과 그리움이 남는다. 언제 어디서든 건강하게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 서로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겪어 본 사람만이 그 심정을 알 수 있으리라. 편안하고, 즐겁고, 행복했다. 제주에서 캠프 마지막 밤이 깊어간다.

 

며칠 동안 멈추어 있던 시간을 다시 반추하여 본다. 족하다. 네 은혜가 네게 족하다. 지금 여기서 내 모습을 다시 바라보노라니 마음이 맑아진다. 그렇다. 그냥 지금에 집중하고 언제나 긍정을 선택하자. 오늘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내일 일은 내일이 오거든 걱정하자. 내게 오늘은 온전히 주심에 감사하고 살자. 오늘은 그냥 잠이나 푹 자야겠다.

 

의사는 항암을 해야 좀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했지만, 이곳에 온 것이 좀 일찍 죽을 수 있을 진 몰라도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하자고 온 것이 아니더냐? 좀 더 솔직히 말하자. 이곳의 목사님께서 단식을 하면 암을 고칠 수 있다고 말씀 하시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좀 더 오래 기적적으로 살기 위해 온 것이다.

 

지리산 자락에서, 세상과 거의 무관한 순수한 자연 속에서 온전히 자연과 벗하며 산에 오르고 풀들과 꽃들과 나무들을 바라보며 온갖 새소리 들으며 자연은 만끽하며 보낸다. 틈틈이 시간이 날 땐 성경을 읽고 책도 보고,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밖에서 새들이 빨리 나와 같이 놀자고 부른다.

 

세상에서 둘도 없는 내 사랑하는 자식들과 그 가족들이 다 모였고 이 모두를 직접 정성스럽게 만들어서 서로 나누고 함께하고. 칠순 장치를 이렇게 거창하게 치르다니! 기쁘고 흐뭇하고 뿌듯하고 행복하고 든든하고 안심되고 고맙다.

 

암 환자는 암으로 죽지 않는다.의 저자는 현직 의사로서 종양학과에서 암 환자를 돌보던 분의 글이라 더 신뢰가 갔고 그래서 내 시선을 끌었다. 처음부터 글이 심상치 않았고 공감이 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게 되었다. 암은 병 그 자체보다 암을 받아들이는 환자의 심리적 공황에서 비롯되는 자포자기 혹은 절망이 더 무서운 병이다. 절망은 우리의 생명을 갉아 먹어서 암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누구나 한번은 죽는다. 암은 단지 죽는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암으로 판정을 받는 순간 누구나 죽음을 떠올리겠지만 역설적으로 그 순간은 새로운 삶을 기획할 수 있는 복 받은 순간이기도 하다. 암이 하루아침에 삶을 앗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얼마간의 시간이 있을 뿐더러 평상심을 찾아 잘 대처하면 완치할 수 있는 길도 많이 있다. 무엇보다 그것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돌아보고 죽음을 준비하는 삶의 과정으로 바라 볼 수 있다면 단 몇 달이 다른 이들의 몇 년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나를 지킬 수 있는 힘은 내 안에 있다.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절대 암을 이길 수 없다.

 

그대는 그대의 삶을 어떻게 꾸려 나가고 싶은가?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잇는 거부터 시작하면 된다. 돈 벌어서 성공하는 것은 내 맘대로 안 될 수도 있지만 내 자신이 아름다운 사람, 친절한 사람,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은 당장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그날 이후 화가 나거나 내 감정이 부정적으로 올라오면 그때 그 장면은 떠올린다. “그 사실이 화가 날 일입니까?” 결국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내 마음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

 

자연은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물질들과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 다음은 마음을 비워야 한다. 잘 살펴보면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 욕심과 집착, 원망과 미움, 상처, 긴장, 부정적 생각 등이 들어올 때 이것으로부터 자유로울 때까지 자신을 잘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시간을 내어서 명상과 기도를 하라. 명상이나 기도를 할 때에 감마파가 나온다.

 

마음의 눈을 뜨고 세상을 둘러보면 온통 감사할 일투성이다.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할 일이 있고, 시간이 있고, 세상이 있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생명이 있고!

 

주위의 모든 것이 나를 위해서 마련된 자리 같아 늘 고맙고 기쁘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이 늘 벅차고 감사하다. 가끔 불편하거나 아플 때도 있지만 돌아보면 늘 지금 나오는 노래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또 다른 의미가 있고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

 

암은 토탈케어다. 육체적 질병이면서 심인성 질병이다. 생활습관 병이자 면역질환이다. 그래서 환자 몸은 물론 생활습관, 식이영양, 가족과의 관계, 운동, 마음, 영혼 등 총체적 접근, 환자가 자신을 포기하지 않거나, 가족이 환자를 포기하지 않거나, 의사가 환자를 포기하지 않으면 삶은 포기되지 않는다.

 

너는 잘못이 없느냐?” 깜짝 놀라 돌아보니 내 탓은 덮어두고 네 탓만 하고 있는 자신이 보였다. 무절제한 식생활과 불규칙한 생활 습관, 그리고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한 과로들. 어쩌면 이렇게 된 것이 다 내 잘못이 더 클 것인데, 마치 상대의 잘못인 양 정죄하고 있는 자신의 위선이 느껴졌다.

 

나에게는 크게 세 번의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 1~60, 60~68, 68~70,70~.

 

참 신기하다. 내가 약사로 살 때는 몸이 아픈 사람만 보이더니, 이즈음 상담 공부를 하면서는 마음이 아픈 사람만 보인다. 내가 아는 사람 중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나를 떠올리며 찾아가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다. 내게 남은 삶을 편하게 찾아가 기댈 수 있는 사람으로, 그렇게 쓰이고 싶다. 만약 하나님이 내게 좀 더 시간을 주신다면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상담가로 살아가리라.

 

식혜에서는 엄마 냄새가 난다. 큰 언니에게서도 늘 엄마 냄새가 난다. 내개 엄마는 그냥 무한한 희망이고 사랑이다. 아무리 내가 강조해도 엄마가 날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에 못 미친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큰언니가 내겐 엄마이고, 어쩜 엄마 이상을 느끼게 한다.

 

언니가 해주시는 안동식혜를 먹노라면 마냥 행복해진다. 큰언니가 해 주시는 온갖 음식에는 항암 성분이 있다. 거기엔 하늘나라에서 내게 무한한 응원을 보내고 계시는 엄마의 사랑도 듬뿍 들어 있다. 안동식혜와 칼국수에선 늘 엄마 냄새가 난다. 큰언니한테서도 엄마 냄새가 난다. 사랑 가득한 향기가 난다.

 

내게 암이 왔을 때도 의사가 방사선치료, 항암을 해도 치료율이 10~15%밖에 안 된다고 했다. “괜찮겠냐고?” 하실 때, . 제가 그 15%에 들어가면 되잖아요?”하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더니 뜨악해 하며 쳐다보셨던 기억이 난다. 긍정의 힘, 난 그 힘을 믿는다. 언제나 내가 처한 상황에서 1%의 긍정만 있어도 그걸 택하여 살 수 있다.

 

( ‘5년 안에 하고 싶은 꿈을 쓰고 나서 ) 이렇게 쓰고 보니 꿈이란 꿈꾸는 자에게서는 반드시 온다 싶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노래 <거위의 꿈>이 흘러나온다. 5년 뒤가 아니라 오늘도 내일도 그냥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행복한 마음으로 한 발 한 발 다가가 본다. 이대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그러나 그 꿈이 확장 되고 더 넓게 번지기를 소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