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나만 괜찮으면 돼 내 인생』, 이진이, 위즈덤하우스, 2021

그루 터기 2022. 3. 6. 22:28

나만 괜찮으면 돼 내 인생, 이진이, 위즈덤하우스, 2021

 

잔잔한 마음으로 다가오는 그림책이다.

 

 

저자 소개

이진이

마음은 스무 살에 멈춰버린 토끼띠 여자 사람입니다. 남편과 단둘이 살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B형에 다혈질 성격을 지녔으나 A형 못지않게 소심함도 가지고 있답니다. 둔해지는 게 소원인데 이번 생은 틀린 것 같아요. 나이를 먹으면서 마음속으로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나이 들 수 있기를 노력하며 살고 있어요.

하루일기 1, 하루일기 2, 어른인 척, 미안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이 먼저예요를 쓰고 그렸어요.

 

 

 

독서메모

 

어떤 평가를 받을 때면 나를 고쳐야 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려면나를 바꿔야 하는구나. 인간관계에서의 원인을 자꾸 나 자신에게서 찾다 보니 어느새 눈치 보는 성격으로 바뀌게 된 것 같다. 누군가 나를 안 좋게 본다는 건 늘 두려운 일이었다. 나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걸 이론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늘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의 평가에 내 인생이 휘둘리고 있었다. 그때 언니가 이 말을 해줬다. “안 망해, 네 인생. 그 사람 하나 널 싫어한다고 해서.”

 

나는 동생이 없어서 동생을 보는 언니의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언니와 내가 돌아서면 남남인 친구가 아니라서, 절교하면 못 보는 친구가 아니라서, 미우나 고우나 돌아보면 그 자리에 있는 가족이라서, 다행이다 생각할 때가 많다 나는 아이를 낳지 않았지만 가끔 아이 혼자는 외로우니 둘째를 가져야 하나 고민하는 분들을 보면 마음속으로 용기 내어 '평생 친구를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쩌면 그 아이들도 이 넓고 험한 세상에서 길을 잃었을 때 서로의 등대가 되어줄 수도 있으니...

 

누구도 기억하고 있지 않은 그날의 내가지금도 문득문득 생각난다. 엄마의 최선을 의심해본 적은 없다. 아픈 자식 하나 때문에 자식 셋을 굶길 수는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이해한다고 해서 상처받지 않는 건 아니다. 가끔 상상해본다. 그때로 돌아가서가려움에 괴로워하는 내 옆에 엄마가 있었다면. 나를 꼭 안아주며 이렇게 말해줬다면. 곧 지나갈 거야. 괜찮아질 거야. 엄마랑 같이 조금만 참아보자. 괜찮다괜찮다다 괜찮다.나는 이렇게 종종 어린 시절 구멍 나 있던 내 심장을 화상 치료하듯 꺼내고소독하고닦고새 천으로 덮는다. 다음에 또 생각날 땐 조금 덜 아프겠지그땐 새살이 돋아나겠지생각하면서. 움켜쥐고 있는 것보다는 자꾸 꺼내고탁탁 털어내고햇볕에 말리면상처도 경험이 되는 날이 오겠지.

 

좋은 사람이란, 좋은 신념과 주관을 갖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방관하지 않고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에요. 그런 친구가 옆에 있다면, 살다가 혹여 길을 잃었다가도 다시 나의 자리를 찾고, 다시 내가 할 일을 찾아갈 수 있도록, "존재만으로도 자극이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저의 40대는 바르게 사는 게 어떤 것인지, 저만의 신념을 찾아가는 중인 것 같아요. 나 자신만큼이나 세상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안에서 똑바로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요. 아마도 저의 50대와 60대는 또 조금씩 바뀌겠죠. 그때는 약간은 느슨하게 모든 걸 포용할 수 있는 조금은 시야가 넓은 사람이 되고 싶을 것 같아요. 내가 잘 살아가고 있나평생 이 질문을 하며 살아왔고 죽는 날까지 이 질문을 멈추지 않을 것 같지만 저는 자주 길을 잃을 것 같아요. 아니, 길을 잃은 느낌일 것 같아요. 그렇지만 또 돌아오면 되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거나 겁먹지는 않을래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내일 행복하기 위해 오늘의 불행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내일의 행복이 오늘보다 크다는 보장이 없으니 오늘대로 가치 있게, 의미 있게, 즐기면서 사세요. 아주 큰 즐거움이나 대박이 아닐지라도 매 순간 작은 행복 정도는 찾으면서 사세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면서 인정하면서 내가 뿌리 내린 이곳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을 찾으면서 사세요. 그래서 어느 날 뜻밖의 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해도 아직도 꽃이 피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마지막을 맞이하기보다는 나름 나쁘지 않은 잡초로서의 삶을 살아왔으니 후회는 없다는 마임이 들 수 있도록 지금을 살았으면 해요.

 

예전에는 어떤 결과를 기다리거나 해결되지 않은 일들에 막연히 걱정하는 친구를 보면 긍정적인 말들로 위로를 했었다. " 다 잘 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결과가 언제나 좋기만 한 것은 아니란 걸 알게 되니.. 막연히 잘될 거라고 하는 말들이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으니까. 그래서 지금은 그냥.. 이렇게 위로한다. 걱정해서 해결될 일이었으면 벌써 해결되었을 거야.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은 그냥 흘러가게 두는 게 좋아

 

네 몸의 흉터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 흉터로 너를 판단하고 거리를 두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은 네가 먼저 멀리해. 너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니까.” 똑같은 고난이 주어져도 마음가짐 하나로 그 고난은 쉽게 넘을 수 있는 언덕이 되기도 하고 평생 넘을 수 없는 큰 산이 되기도 한다.

 

나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몇 배는 더 많아지는 것 같아. 시작이 몇 배는 더 쉬워지는 것 같아. 자신감이 몇 배는 더 올라가는 것 같아. 나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면 나는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 될 것 같아. 나는 원래 괜찮은 사람이고 잘하는 사람인데 단지 선을 너무 높게 그은 것뿐일지 몰라. 내가 너무 작다면 사는 게 너무 힘들다면 선을 조금만 낮게 그어봐.

 

입장 차이

"고작 요만한 일 때문에 이제 나를 안 보겠다는 거야? 너랑 내가 보내온 시간이 얼만데." "너에게는 첫 번째 돌이겠지만 나에게는 마지막 돌이야."

 

친한 언니가 말했다. “반복되는 힘든 일들에 두들겨 맞은 것 같을 때 나 많이 지쳤구나 생각하지 말고 맷집이 좋아졌구나 생각해봐. 견뎌낸 시간만큼 지친 게 아니라 그만큼 단단해진 거라고.”

 

남편한테 물었다. “처음 만났을 때 나의 어디가 제일 좋았어?” 사실 이런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부분이 좋았다고 하면, 그 부분이 사라지면 이제 안 좋아한다는 뜻이니까. 그래도 물어봤다. “밝아서 좋았어.” 나는 말도 안 된다고 했다. 한때 내 별명이 어두워였는데 무슨 소리냐고. 그러자 남편이 하는 말. “넌 어두운 게 아니라 그냥 걱정이 좀 많은 거야.” 말 한마디에 나는 그저 걱정이 조금 많은 밝은 사람이 되었다.

 

각자 인생 각자가 잘 살아가는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나에게 맞는 가장 좋은 인간관계는 그저 자기 짐은 자기가 잘 지고 살 수 있는 각자의 위치에 똑바로 서서 함께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관계면 족하다.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그건 그 사람의 몫이에요. 내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는 나의 책임이고요.

 

나에게 막 대하고 상처 주는 친구가 있다면 과감하게 끊어버리세요. 그리고 용감하게 말해보세요.

너를 친구로 두기엔 내가 너무 아까운 것 같아.” 내가 아깝지 않은 사람을 만나세요.

 

어차피 누구에게나 힘든 세상살이지만, 어린 시절 가족이 화목하다는 것은 그래도 추운 겨울에 외투 하나 더 입고 던져지는 것. 어린 시절 가족이 화목하지 못하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추운 세상을 살아가는 것.

 

"20년을 건너뛰어서 52세가 되면 100억을 주겠다고 누가 제안을 해. 그럼 넌 어떻게 할 것 같아?

갑자기 52세가 되고 100억을 받을 것 같아?" 나는 그런 제안이 온다면 받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돈은 그저 굶지 않고 생활이 되는 정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 삶의 목표는 하루하루 느끼며 사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는 행복. 마음이 맞는 친구와 전화를 하는 행복. 생각하는 것들을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리는 행복.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행복. 언제 죽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게 하루하루 느끼며 사는 게 나의 작은 목표이기 때문에 나의 20년을 팔아 100억을 얻든 1000억을 얻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

 

타인으로부터 내 가치를 인정받으려 하는 것만큼 허무한 일이 없다. 달이 지구를 돌 듯 타인을 중심으로 내 인생을 살았다면 이제 그만 나의 지구로 돌아오기를. 나를 지켜야 나의 세상도 지킬 수 있다.

 

완벽하게 준비된 때는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조건 잘될 거다.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긍정이 아니다. 문제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그것이 '진짜 긍정'이다.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막연히 '잘 될 거야'하며 그 상황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그냥 객관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길 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나에 대한 어떠한 선입견도 없고, 사실만을 확인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내 이야기만 들은 나의 친구가 객관적일 확률은 어차피 희박하다. 그러니 친구까지 객관적일 필요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특별하고 유일한 존재인 것도 분명 사실이다. 그러니 내가 특별하고 유일한 만큼 남들도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걸 함께 배워간다면.. 조금은 평범한 삶 속에서 조금은 특별한 나를 지키면서 균형 있게 살아가는 방법도 알아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내가 알게 된 게 뭔 줄 알아? 심리학은 정답을 찾아주는 게 아니라. 정답이 없음을 배우는 거구나. 나를 고쳐서 잘 사는 법을 알려 주는 게 아니라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알아갈 수 있게 만드는 거구나.

 

나에게 일어난 일을 해결하려는 의지 내 인생을 책임지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가끔 일주일 내내 머리가 아프면 나도 어쩔 수 없는 우울들이 올라오지만 허공에 대고 원망하기보다는 내 인생을 책임지기로 했다.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야. 특별하게 좋거나 특별하게 나쁘게 타고나는 사람은 없어. 누군가 좋은 사람을 바뀌어 간다면 그건 그 사람이 착해진 게 아니라 네가 그 사람의 좋은 면을 끌어내준 거 아닐까? 사람은 쉽게 나빠지거나 좋아지거나 하지 않아. 사람은 잘 안 바뀌어. 그저 지금까지 그 ᄉᆞᆱ 곁에 좋은 면을 더 끌어내주는 사람이 없었던 거지.

 

나는 곧 내가 만나는 사람입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나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나를 바꾸려면 내가 만나는 사람을 바꿔야 합니다.

 

남자든 여자든 내가 안 한다 해서, 모른다 해서, 세상에 일어나는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다. 세상이 평등해지진 않는다. 외면은 그저 외면일 뿐이다. 외면은 또 다른 차별의 허용일 뿐이다.

 

많은 불편과 불가능한 상황을 이겨냈을 때, 그것을 기적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걷지 못하는 삶도 있고, 볼 수 없는 삶도 있고, 말할 수 없는 삶도 있고, 생각하지 못하는 삶도 있다. 그런데 이런 모든 기능들을 잃었다가 되찾아야만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당신이 오늘 아침 두발로 걸어서 회사에 오고, 두 손으로 커피를 들고, 앞에서 오는 자전거를 피하고, 넘어졌다가 혼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면 그 모든 것이 기적이 아닐까. 잃은 적이 없다고 해서 되찾은 적이 없다고 해서 애초에 당연하게 가지고 태어나고 누렸다고 해서 당연한 것은 아니다. 당신의 삶은 어느 것 하나도 당연하지 않다. 지금 오늘 하루 평범하게 살아낸 당신이 기적이다. 선물처럼 주어진 기적 같은 오늘이다.

 

하향평준화 하지 말기

"친구들이 불편한 게 싫어서 귀찮은 일들을 도맡아 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랫사람 대하듯이 당연하게 저에게 시키더라구요. 이젠 될 수 있으면 배려 따위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어요. 만만한 사람이 되는 것보단 어려운 사람이 되는 게 나은 것 같아요." "너의 배려는 너의 장점이야. 그걸 왜 그딴 사람들 때문에 엾애려고 해? 장점까지 없애면서 너를 그들에 맞춰 하향평준화 할 필요는 없어. 그냥 너의 배려를 고마워하고 너를 배려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

 

그냥 지나가는 일일 뿐

어떤 일로 너무 힘이 들면 1년 후의 나를 상상한다. 그때는 이 일들이 모두 지나간 뒤겠지. 지나간 일들이겠지. 작년 이맘때 내가 무슨 일로 힘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내년 이맘때 떠올릴 1년 전 오늘도 그냥 지나가는 일일 테지.

 

나의 불안은 나 이에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한다.

 

친구가 너무 이해가 안 될 때는 그 친구가 외국인이라고 생각해봐. 그냥 그 나라의 문화가 그런 거야. 그 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온 거고, 외국인이라고 생각하면 이해 못할 것도 없어. 나랑 통하고 비슷한 사람만 만나면 되게 좋아만 할 것 같잖아. 시간이 지나면 고인 물처럼 되더라. 나와 많이 다른 사람도 필요해. 세상을 보는 전혀 다른 시각이 삶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해.

 

마음을 쓰면 쓸수록 쓰는 쪽으로 커지는 것 같다. 반대로 쓰지 않으면 쓰지 않는 쪽으로 자꾸만 둔해진다. 내가 내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지 결정된다. 지금의 나는 내가 어떻게 마음을 쓰며 살았나를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나는 이제 그냥 내 인생을 사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