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가족의 온도(개성만점 입양 가족의 하나 되는 시간)』, 이설아, 생각비행, 2019

그루 터기 2022. 3. 8. 19:43

가족의 온도(개성만점 입양 가족의 하나 되는 시간), 이설아, 생각비행, 2019

 

세명의 아이를 입양한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한 그림책이다. 간단하고 간략하지만 기본적인 입양에 관하 내용이 있다. 입양 절차서가 아니라 입양하는 부모의 마음을 쓴 책이다.

1시간도 걸리지 않고 다 읽은 책이지만 잔잔한 감동이 있는 책이다.

 

저자 소개

신생아 입양, 큰 아이 입양, 개방 입양이라는 창의적인 방식을 통해 세 아이와 가족이 되었다. 입양에서 배운 삶의 지혜와 숭실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박사과정 수료)하며 다진 전문성을 기반으로 입양의 여정을 지원하는 실천가로 살고 있다. 2015년 입양 사후 서비스 기관인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를 설립해 대표로 활동하며 입양 부모 중심의 입양에서 ?입양부모학교?, ?입양말하기 워크숍?, ?우리 아이 속마음 함께 읽기? 아동이 경험하는 입양으로 관점을 변화시키는 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2018년부터 만 1세 이상의 큰 아이를 입양하려는 예비 입양 부모를 위한 심화 교육 과정을 아동권리보장원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2018년에 국내 최초로 ?입양 삼자 자조모임?을 시작하여 입양의 세 주체인 성인 입양인과 생부모, 입양 부모의 목소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에 흐르도록 했다. 2019년부터 ?국내입양가정 통합서비스?를 통해 입양 이후 삶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저서로는 가족의 탄생가족의 온도가 있다.

 

독서 메모

 

정신분석 용어 중에 가족 로맨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의 부모가 다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다양한 공상적 표현을 가리키는 용어로, 아이가 어릴 때 꿈꾸던 이상적 부모상과 현실의 부모상 사이의 불일치에 눈뜨며 갖게 되는 공상을 말합니다.

 

한 집에서 같이 살고 법적으로 가족이 되었다고 해서 진짜 연결된 것은 아닙니다. 심리적으로 완전한 가족을 재탄생하기까지는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입양과 관련한 생각과 질문을 숨김없이 나누고, 서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내어 놓으며 공감하고 어루만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미술 전공을 꿈꾸는 중고등학생과 함께 그림도 그리고 전시도 보러다니면서 아이들을 맘껏 사랑하며 지내던 어느 날, 한 아이가 건넨 말이 내 인생이 방향을 바꿔놓았다.

설아 선생님이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어요.”

그 짧은 문장을 듣는데 얼음 칼이 가슴에 꽂히는 듯 너무 아팠다.

 

안타까운 물음에도 아이는 울음을 그칠 줄 모르고 한참 슬픔을 토해 냈다. 고작 다섯 살짜리 작은 몸통에서 이렇게 깊은 슬픔이 배어나올 수 있다니, 한참 동안 눈물을 흘리던 은기가 이윽고 한 마디 건넸다. “엄마가 떠날까 봐사랑스러운 아들과 행복한 잠자리에 들려던 엄마에게는 너무나도 낯선 말이었다. 아들의 말을 듣는 순간 아파트 한 동이 무너지는 것 같은 큰 괴음이 뒤통수를 후려쳤다.

은기가 엄마가 떠날까봐 두려웠구나. 아니야, 엄마는 절대 떠나지 않아, 엄마는 영원히 네 곁에 있을거야. 입양으로 가족이 되었다는 건 영원히 함께 한다는 뜻이야.”

 

아이는 들고 잇던 책을 떨어뜨리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엄마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얼굴을 감싸 보았지만 작은 두 손을 다 가리지 못한 얼굴이 빨갛게 번져 갔다. , 하고 가슴이 내려앉았다. 시아를 조용히 당겨 가슴에 안아주자 고이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작디작은 몸이 큰 울음을 토해냈다. “저를 낳아준 엄마가 생각났어요. 이 책을 보면서요.” () “그랬구나. 시아야. 낳아준 엄마가 생각나서 슬펐구나. 네가 우니까 엄마도 슬프다.” 시아의 마음을 읽어주자 시아는 더 큰 울음을 토해 냈다.

 

엄마, 저는 입양이 되어서 슬픈 게 아니에요. 지금 가족을 만나게 되어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해요. 그런데 낳아준 엄마를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나요.”

그래 , 시아야. 엄마라도 그랬을 거야. 슬플 때는 슬프다고 말하는 거야. 눈물이 나면 맘껏 울어도 괜찮아. 엄마한테 솔직하게 얘기해줘서 고마워. 시아 너에겐 영원히 떠나지 않는 엄마가 있잖아. 그러니 앞으로도 혼자 울지마. 알았지?”

 

개방입양 : 입양 부모와 생부모 사이에 아동에 관한 정보와 소식이 교환되거나 만남이 이루어지는 형태의 입양이다. 개방 정도는 양측이 어떻게 합의하느냐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방 입양의 예가 매우 드물지만 외국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상담실에 들어오며 나와 마주친 그녀의 눈은 금세 빨갛게 충혈 되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그런 그녀를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고마워요. 이렇게 당당히 나타나줘서 정말 고마워요

 

11개월 만에 찬이와 찬이의 생모, 입양 엄마인 나, 이렇게 입양 3가 둘러 앉았다. () 그새 얼굴이 낯설어졌는지 잠시 경계하던 찬이는 그녀가 건넨 마이쭈에 쉽게 마음을 열었다. 그러고는 품에도 안기고 볼에 뽀뽀도 하며 그녀를 기쁘게 해주었다. 모처럼 시간 맞춰 만났는데 찬이가 낯가림하면 어쩌나 마음을 졸였는데, 친한 이모와 조카처럼 놀고 있는 두 사람을 보니 마음이 평안해졌다.

 

입양마주이야기 8원칙

1. 우리 가족의 입양 스토리를 만들어 주세요.

2. 일찍 시작하고 꾸준히 대화 하세요.

3. 자녀의 발달 단계에 맞춰 설명해 주세요.

4.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5. 부모가 먼저 대화를 시작해 주세요.

6. 질문 뒤에 있는 자녀의 마음을 경청해 주세요.

7. 판단하지 말고 해결해 주려고 하지마세요.

8. 실수로부터 배우세요.

 

입양 이후의 삶을 생각보다 녹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입양은 어떤 가치나 아름다운 선행이 아니라 매일 부대끼는 일상 속에서 가족 됨을 새겨가는 실제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그려야할 스케치북이 아닌 읽어야 할 책으로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갓 태어난 아기에게서 순백의 깨끗한 도화지를 떠올리며, 앞으로 무엇이든 그려낼 수 있는 무한대의 가능성, 부모의 열심과 사랑으로 빚어내는 벗진 완성품을 꿈꾸곤 합니다. 아이가 무엇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어떤 개성과 고유함이 있는지 관찰하기보다는 부모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아이에게 새겨 넣으려고 애쓰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