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이석구의 매일매일 아빠되기)』, 이석구, 문학동네, 2021

그루 터기 2022. 4. 5. 05:11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이석구의 매일매일 아빠되기), 이석구, 문학동네, 2021

 

딸을 키워 나가는 소소한 일상을 그림에세이로 엮었다. 글을 길지도 많지도 않지만 아이를 향한 부모의 마음이 잔잔하게 녹아있고, 커가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세 살 손주 생각이 난다. 오늘도 엄마랑 아웃렛에 옷 사러 갔다가 킥보드 보고 이거 집에 있쟈나 ~” 했단다. 25개월 이제 겨우 단어를 연결하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폭발적으로 말을 잘한다. 깜짝 깜짝 놀라는 게 하루 일과다. 보름 전인가는 겨우 단어를 연결하기 시작하더니 같은 반 친구가 계속 울고 있으니까. 한 참을 쳐다보더니 그만 울어해서 어린이집에서 모두 깜짝 놀랐다고 했었다. 말하는 게 하루가 다른 게 아니고 한 시간이 다른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내용이 많아 웃음이 나왔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읽을 수 있는 그림 에세이다.

 

 

저자 소개

 

이석구

서울에서 태어나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그림책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두근두근, 최고 빵집 아저씨는 치마를 입어요, 아기 바람, 숨바꼭질등이 있다.

 

 

독서 메모

 

외부 회의 자리에서 가방을 열었다가 딸이 등원하며 넘기고 간 곰 인형이 튀어나와 깜짝 놀랐던 일(그 친구의 이름은 안녕곰이었다), 밍밍한 라볶이의 맛을 조금은 즐기게 된 일(그렇지만 언제쯤 칼칼하게 먹을 수 있을까), 아주 긴 코끼리 미끄럼틀에 관심만 보이고 타지 못하는 딸 대신 혼자 느낀 스릴(으아아아아아). 딸이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순간들이 한 장 한 장 쌓여 간다. 늘 반복되는 것 같지만 똑같지는 않은 하루. 사소하지만 아름다운 하루. 우리가 함께 그리는 하루들이다.”

 

딸이 태어났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아기가. 또 있을까?

 

스스로 해 보고 싶어 할 때, 익숙하지 않아 느리고 옆길로 새기 일쑤지만 참고 기다리려고 한다.

 

유치원까지는 보통 걸음으로 십 분 거리이지만 딸과의 등원길은 이십 분이 넘게 걸린다. 재촉도 해 보았지만 그랬다가 삐치면 달래느라 더 늦는다.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내려놓고 딸의 속도에 맞추어 걷는다. 그러다 보니 길에서 다양한 걸 발견한다. 사람 손이 닿을 만한 위치에 잘못 만든 새 둥지라든지 매믹 남겨 놓은 굼벵이 껍질이라든지... (오늘 아침 손자가 어린이집 등원을 하는데 현관문 들어가는데 30분은 걸린 것 같다. 요즈음 길 고양이에게 관심이 부쩍 많아지고, 말도 많아져서 몇 번을 다시 돌아가 고양이와 이야기 하다가, 30분 가까이 지났다. 할 수 없이 들쳐안고 들어갔다. 우리집 거실 창문에서 내려다 보면 손자 등원길이 보인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손 흔들어주고 들어갔다. 귀여운 손자)

 

딸이 골라 온 책을 읽어 준다. 냉장고 앞에서 함께 찬물을 한 잔 마신다. 침실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데려다 준다. 들어서 던지는 걸 좋아한다. 자주 해 주다 보니 이름도 붙였다. 수퍼 점프.

 

땅이나 모래만 보면 판다. 전생에 두더지 였을려나?

 

며칠 전 앞니 두 개를 뽑았다. 기념하려고 바바파파 모양 치아보관함을 샀는데 치과에서 작은 플라스틱 보석상자에 넣어 줬다. 어릴 때 뽑은 내 이빨은 어디 갔을까. 지붕 위로 던졌을까?

 

엄마는 행복하겠다. 나한테 사랑받으니까!

 

외출하고 돌아와 정리를 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부터 집 안이 조용하다. 그러면 십중팔구 딸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이다. 가끔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책을 읽는다. 외부 활동을 오래하면 할수록 집에 돌아와 책을 오래 본다.

 

이제 따로 자면 안 될까? 그래도 나 없으면 엄마가 은근 허전할 걸~ 허전하다는 게 뭔지 알아? 뭘 먹다 만 거 같은 거?

 

자기가 밥을 안치겠다고 해서 맡겼다. 어릴 대부터 같이 음식을 하곤 해서 쌀을 씻어 전기밥솥에 넣는 정도는 익숙하다. “밥 대신 해 주니 시간 여유도 생기고 좋네.” “그 시간을 좋은데 써 ~ 아이디어를 짜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

 

손을 잡을 때 가끔 이렇게 컸었나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이 아이가 언제까지 내 손을 잡아 줄까 하는 생각으로 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