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그루터기의 일상사

다육이의 황금기 (가을)

그루 터기 2022. 6. 12. 06:16

작년 가을에 써 놓고 올린다는 게 깜빡하고 잊고 있었던 글입니다 

 

 

 

다육이의 황금기 (가을)

인생시계를 24시간으로 환산하면 66세는 저녁 850

일년으로 계산하면 10월 지금 이다. (오늘이다.)

가을의 다육이도 60대 인생과 비슷하다.

다육이는 가을에 제일 아름답다. 다육이는 가을만 있었으면 좋겠다. 인생도 60대가 가장 아름답다.

60대만 있었으면 좋겠다.

 

집사람은 매일 근해에 나가 고기를 잡거나 연해에서 양식업을 하는 어부처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일기계보를 본다.

밤에도 마찬가지다. 휴대 전화로도 수시로 일기예보를 본다.

특히 요즈음 같이 아침 추위가 영하로 떨어질 때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기온을 확인한다.

다육이가 얼어 죽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운다. 비 오는 날은 다육이에게 비를 맞지 않게 하기 위해서 비닐을 씌운다.

비닐을 씌운 상태에서 해가나면 너무 더울까 비 그치는 것을 기다려 비닐을 벗긴다.

태양이 너무 뜨거운 여름에는 검을 천을 이용해 가림막을 설치한다.

구름이 끼면 햇빛을 덜 받을까 얼른 가림막을 벗긴다.

남편보다 자식보다 더 신경을 많이 쓰는 반려식물이다.

 

어제는 베란다 안쪽에 있어서 햇빛을 많이 보지 못하는 다육이들을 위해 태양광과 같은 빛을 내는 식물촉진등을 구매했다. 28W 짜리 하나를 구매해서 달았는데 너무 흐린 것 같아 오늘 또 하나를 구매해서 추가했다.

예쁜 다육이를 보기 위한 노력이 정말 가상하다.

 

다육이 받침대를 베란다 안전펜스에 걸어서 햇빛을 많이 볼 수 있도록 내어 놓는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안전을 위해 거실 테이블로 옮겨 놓는다. 요즈음 같이 추운날도 거실로 옮겨 놓는다.

낮에는 기온이 올라 창문 밖으로 내어놓고, 저녁이면 다시 거실로 들여놓는다.

수시로 벌레도 잡고 약도 뿌린다. 오래되고 마른 잎도 따준다. 가끔 분갈이도 해준다.

이런 지극 정성을 먹고 다육이는 이쁘게 자란다.

 

사람이 볼 때 이쁘지만 다육이에게도 좋은지 난 아직도 의문이다.

햇빛을 많이 보는 다육이는 가을이면 단풍이 들듯 울긋불긋하다. 이때가 가장 보기도 좋고 최고로 친다.

그런데 그 상태가 다육이에게도 제일 좋은 상태인지는 잘 모르겠다.

햇빛을 많이 볼 때 그런 색깔이 난다는데서 다육이에게도 좋을 것이다라는 생각만 한다.

 

 

오늘도 다육이의 잎에 붉은 색이 더해지는 것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등산을 무지하게 좋아하고, 이제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었지만 코로나로 산에 가지 못하는 사람.

다육이에게 더 사랑을 쏟는다.

 

그는 내 아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