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그루터기의 일상사

'명절 증후군' 그거 정말 있는 것일까?

그루 터기 2022. 8. 25. 11:58

 

 

제목을 이렇게 정하고 나니 뭇매를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제목은 반어법이다. 

 

작년에도 올린 글이 있지만 

나는 며느리 둘을 보면서 첫번째 명절은 친정부모님과 함께 보내도록 했다. 

이 결정이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대단한 결정이라고 한다. 

작년 글에서도 이야기 했었지만 우리 두 며느리는 집안에서 제일 큰 딸들이다. 

집안 어르신들이 딸과 손녀를 시집보내고나서 명절이 되면 얼마나 걱정이 되고 보시고 싶을까 하는 생각에 

별 망설임 없이 그렇게 결정했다. 

그렇다고 명절마다 항상 친정에서 보내는 것은 아니다. 일년에 두번 있는 명절 중에 한 번은 친정에서 보내고 다음날 쯤 우리집에 오고, 한 번은 우리집에서 보내고 그날 친정으로 보낸다.

그날 보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날 와서 하룻밤 보냈으니 빨리가서 친척들 얼굴이라도 보라는 이야기다. 

우리집에 올 때는 둘다 같은날 맞춰서 오면 같이 볼 수 있으니까. 하루 지나든지 이틀지나고 와도 달라질게 없어서다. 

 

 

사실 나는 명절에 아픈 기억이 있다. 

나도 옛날 관습대로 시댁에서 제사를 모시고, 집안 어른들 찾아 뵙고, 그 다음날 오후 쯤 친정으로 가는걸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결혼 후 첫 명절인 설날 지병으로 위독하신 친정아버지 생각에 조바심이 났을 아내의 마음을 읽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어렸고, 유교 사상이 철저한 집안에서 자란 나의 생각이 짧았다.

설날 저녁 시집간 첫딸을 기다리시던 장인 어른은 끝내 딸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운명을 하셨다. 

이 일은 두고두고 나의 아킬레스건이 되었다. (누구 하나 따지지는 않았지만 내 스스로 그렇게 생각이 되었다.)

 

꼭 이 일이 있어서 그렇게 결정한 건 아니지만 

나나 아내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먼저 애들한테 그렇게 하도록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건

우리 부부 둘다 마음속에 그날의 뼈 아픈 실수가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하리라.

 

첫째 며느리와 둘째 며느리가 첫 명절을 맞아 친정에 가서 명절을 먼저 보내고 오라는 이야기를 했을때

둘다 똑 같이 극구 사양하면서 먼저 시댁에 있겠다고 한 그 한마디에 나는 세상을 다 얻은 듯 했다. 

이 결정이 정말 잘된 결정이구나 생각하면서 남들에게 배려할 수 있는 바른 가정교육을 받고 우리집에 온 

두 며느리가 한없이 자랑스러웠다.

 

이제 아주 나쁜 제목을 올린 내가 할 수 있는 며느리에 대한 배려를 한 가지만 더 이야기 해야겠다. 

아직은 음식준비나 명절준비를 며느리에게 시키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건강하고 동작이 빠른 아내가 음식준비를 맡아서 하고, 설걷이는 두 아들을 시킨다.  두 며느리는 정신없는 손자들 봐야하니까.

작은 소망이 있다면, 시어머니가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맛있다고 만 하지 말고, 넉넉히 좀 먹고 살좀 쪘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명절 증후군이 없는 멋진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함께 전하고 싶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