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황신경, 소담출판사, 2018,

그루 터기 2022. 9. 5. 20:21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황신경, 소담출판사, 2018,

 

황경신 작가님의 시와 김원 작가님의 사진으로 만든 시집이다.

요즈음 자주 읽지 못한 시집을 이번에는 두 권이나 빌려왔다.

한권은 달달한 커피와 사랑의 이야기라면 이 시집은 한 번 읽고 한 번 생각해야 하는 시들이다.

이 나이에 사랑에 관한 시가 자꾸 땡기는 건 또 왠일인지....

 

저자 소개

/ 황경신

부산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95PAPER 창간 때부터 2010년 까지 편집장으로 일했다. 나는 하나의 레몬에서 시작되었다.,그림 같은 세상,모두에게 해피엔딩,초콜릿 우체국,세븐틴,그림같은 신화,생각이 나서,위로의 레시피,눈을 감으면,밤 열한 시,반짝반짝 변주곡,한잎 코끼리,나는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록 당신을 들었다,국경의 도서관,아마도 다스파라거스,생각이 나서 2등의 책을 펴냈다.

 

사진 / 김원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고, 사진작가로 활동하신 아버님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 찍기를 좋아하였음. 그런 이유 때문인지 그림이 사진이고 사진이 그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마치 일기를 쓰듯 사진을 찍고 있음. 이미지 속에 어떤 느낌과 이야기가 담겨 있는 사진을 좋아함. 1995PAPER를 창간하여 20년이 넘도록 발행인으로 활동하였으며, 요즘은남산 성곽마을의 작업실에 머물며 그림 그리기와 나무를 다듬어 작품을 만드는 일에 전념하고 있음.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며 담소하기를 즐기는 몽상가이며, 개인 작품집으로 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봄날을 지나는 너에게가 있음.

 

독서 메모

 

몇 편의 시를 소개한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그곳에

 

내가 모르는 그곳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풍경

먹어보지 못했던 과일과 사탕

들어보지 못한 노래들

이름 모를 꽃들이 향기

 

시간은 멈추어 서고 나는 한없이 낯설다.

부드러운 바람은 지난 일을 잊으라고 속삭인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그곳에

내가 아직 시작하지 않은 사랑이 있다.

 

(나도 아직 시작하지 않은 사랑이 있을까? 그런 사랑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

 

 

사랑일 수밖에 없는 사랑을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릴 나이는 지났지만

지금도 나는 기다리고 있지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사랑일 수밖에 없는 사랑을

 

물 흐르는 아픔과 꽃 피는 고통을 알게 되었어도

나는 언제까지나 그리워하고 있지

짓밟히고 찢어져도 죽을 때가지 사랑인 사랑을

 

그러나 그대는 망설이듯 망설이지 않고

가까이 있는 듯 멀어질 뿐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고 끝나지 않는

늦은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