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시픈 당신에게』, 강광자외 86, 한빛비즈, 2016,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참 복받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신 분들의 연세가 나보다는 조금씩 연로하시지만 어쩌면 같은 세대를 살아온 분들이신데 서로 많이 다른 생을 살아오셨다.
어떤 분은 나보다도 어린 분들도 있고, 부모님 세대의 분들도 있다. 그 분들은 한글을 쓰기 못해 이제까지 힘들게 생활하셨는데 나는 이렇게 컴퓨터와 친할 정도로 생활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 우리 부모님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렇다고 그분들 부모님의 희생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나이들어 공부하기 힘든 조건에서도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셔서 이만큼이라도 하실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몇 번이고 박수를 쳐 드리고 싶다.
이와 비슷한 책을 몇 권 째 읽었지만 읽을 때마다 새롭고, 나 자신에게도 용기가 생긴다.
그동안 못해 봤던거, 지금 이분들이 노력한 만큼 나도 노력하면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한다.
저자 소개
강광자외 86인
독자 메모
내 속을 누가 아까
함평생 술로 애를 매겨
속이 까마케 타부럿다
매일 드리마셔도 끗떡 엄따
길까에 누어잇쓰먼
동네사람덜 끄 오제 아이고
아들 보고 “아버지 느그가 대불고 가그라” 하니
“엄마 영감 엄마가 대꼬 사소” 합디다
미울 때는 지금지금 발꼬 싶퍼도
영감 자능 거 보먼 불쌍해서
국수에 콩가루 너서 마라 줏다
-김생엽, 「우리 영감」 -
나간다.
나가지 말라해도 나간다.
넣어두고 돌아서면 또 나가고 없다
나가지 못하게 달래복 사정해봐도
하루 지나고 나면 나가고 없다.
넣어 둘 시기가 지나선가?
싫다고 나가는 것을
잡아서라도 넣어야 한다.
차곡차곡 넣다보면
많이많이 쌓이겠지
훗날 꺼내 써야 되는데 ...
내 머리야
- 임태기, 「공부」 -
여름 반찬 별 거 있나요
댄장 한 수가락 푹 뜨다가
뚝바리에 담고
고치 한 개 뚝 뿌지러 여코
부뚝부뚝 끌여서
열무김치에
꼬이장 한 수까락 여코
석석 비벼 무모 맛잇서요
-조숙자, 「밥맛」 -
며늘아 준영 애미야
니가 인자 살림 잘하는데
내가 너무 머라 한그갓다
머라 해서 미안하다
글로 사과하꾸마
날씨 덥다 머라도 잘 챙기 묵그라
-김시자, 「사과 편지」 -
내가 글을 몰라 답답할 텐데
한 번도 불평하지 않는 당신
아이들이 숙제 물어면
이리 오너라 내가 봐 줄께
아무 말 없이 봐 주던 당신
계모임에서도 나를 세워준 당신
큰 수술할 때도 나를 기다려준 당신
글을 배우고 편지를 씁니다
당신 참 고맙습니다
-백금숙, 「당신에게」 -
6심 평생 삼국시대 처음 아랐다
전라도가 백제 경주가 신라라대
합천 내 고향 가야국이 바로 우리 동내다
고구려가 억수로 널다
공부하니 유식해지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
가야도 잇는대
사국이라 해야 안 대나
-허덕순, 「삼국시대」 -
나 어릴 때 친구들과 공부하고 싶었다네
나이 먹고 공부하니 힘이 들고 어렵다네
이제라도 배운 공부 엄마에게 쓰려 하니
보낼 곳을 모른다네 하늘나라 가셨다네
연애하고 싶은 시절 글 몰라서 못 쓴 편지
칠십 대에 쓰려 하니 누구한테 보내볼까
늦게라도 배운 공부
즐겁고도 행복하네
-김금자, 「행복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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