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에 선 가을』, 박기하, 책만드는 집, 2009
시인 듯, 시조인 듯 헷갈리지만 시집이라고 했으니 시이기도 하고, 시조의 형식을 많이 닮았으니 시조라고 해도 될 듯하다. 하긴 시인들 어떠하고, 시조인들 어떠하리, 그냥 좋으면 되는 것을...
깊이를 알 수 없는 시들이라 몇 번 다시 읽고 읽었다.
저자 소개
박기하
저자에 대한 특별한 소개가 없다. 처음 있는 일이다.
독서 메모
옹이 품듯이
세 살이 돋았는데
다 아문 상처인데
궂은 날은 찾아와
저리고 쑤시는 고질
솔가지
옹이 품듯이
안고 사는
그 고통
강경 젓갈 시장
짭조름한 아낙들이
푹 삭은 젓갈을 고른다.
넓은 독엔 코를 대고
찍어 먹어도 보고
속속이
간 배인 목숨
젓갈 바라 버무리고
나팔꽃 2
어쩌자고
아침부터
눈 비비고 여는 창에
온몸 다 꼬고 서서
속내를 다 나발 부나?
온 동네
사람들 입소문이
무섭지도
아니해?
회상
초승달 심지 돋운 무덤 주위 서너 평은
여남은 살 여남은 명 모여 앉는 자리인데
저녁상 물리자마자 핑계 맞춰 뛰어왔지
어떤 밤은 산 밑 밭에 고구마를 캐어 왔고
어느 날은 냇가 모래밭 수박들을 훔쳐 왔다.
이제는 일 년에 잘해야 두세 번 하는 고향 이야기
창 닫기
추분날 저녁 무렵
창문을 닫아 버렸다.
순간 창밖은 온통
먼 남국의 전설이 되고
방 안은
가을이 서려
외로움에 익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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