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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힐링을 위한 장소’…케렌시아(Querencia) 열풍

그루 터기 2021. 6. 30. 08:02

 

#나만의 힐링을 위한 장소…#케렌시아(Querencia) 열풍

 

'케렌시아(Querencia)'는 스페인어로 피난처, 안식처를 뜻한다. 소가 투우 경기 중 마지막 일전을 치르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공간을 말한다. 이곳에서 소는 숨을 고르며 마지막 에너지를 모은다.

투우에게 케렌시아가 잠시 숨을 고르는 곳이라면,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는 자신만이 아는 휴식 공간이 케렌시아다.

 

요즈음 커렌시아 열풍이 부는 것 같다.

 

나의 케렌시아는 어디일까?

한동안의 나의 케런시아는 신도림 이가 참치집이었고, 또 한 동안의 나의 케런시아는 청춘어랑 횟집이었다.

일상생활에 지친 현대인에게 자신만의 휴식 공간이라는 말로만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두 곳은 휴식의 개념도 있었지만 한 잔의 즐거움이 더 컸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 두 곳은 업무상으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친구들과 같이 가거나 혼자 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루 종일 업무에 지쳐 보내다가 퇴근길에 들리는 이 곳은 나의 휴식공간이 틀림이 없었다.

 

주말이나 휴일의 나의 케런시아는 관곡지, 소래 생태공원, 소래 갯골공원 그리고 안양천이었다. 출근하는 아내(주말에 대부분 출근을 한다.)를 보내고 나면 캐논 DSLR 카메라를 둘러메고 차를 몰아, 가까운 안양천이 아니면 두 세시간이 걸리는 관곡지와 소래를 한 바퀴 도는 코스로 혼자만의 휴식처로 떠나곤 했다. 다른 취미생활도 마찬가지지만 순전히 독학으로 터득한 어줍잖은 실력과 돈이 무서워 좋은 장비를 준비하지 못하고 항상 가장 기본 장비만 가지고 다녔다.

촬영 실력과는 상관없이 바인더를 들여다보는 순간만큼은 모든 스트레스를 떨쳐버리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여름의 관곡지에는 연꽃이 아름다워 많은 사진작가 분들이 오신다. 대구경 망원렌즈를 튼튼한 다리로 받쳐 놓고, 천연기념물 저어새나 쇄백로 등의 철새와 연꽃의 조화를 담기위해 하루종일 진을 치고 계신다. 나는 비록 표준렌즈와 짧은 줌렌즈 하나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실력에 맞춰 사진을 찍다보면 일주일의 스트레스가 확 풀리곤 했었다.

 

요즈음의 나의 커렌시아는 어디일까?

어쩜 언제든지 혼자 책을 볼 수도 있고, 인터넷 써핑도 할 수 있고, 지금처럼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내 방이 커렌시아가 아닐까? 퇴직 이후 혼자 조용한 방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걸 내 맘대로 할 수 있고, 언제든지 싫증나면 나갈 수 있는 곳이라 비슷하기는 하여도 지친 심신을 달래고 힐링하는 곳은 아닌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의 멋진 커렌시아가 있다.

요즈음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하다가 답답하면 혼자 조용히 다녀오는 곳이 있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커피통이라는 카페다. 다섯 평 남짓 좁은 실내 공간에 두 개의 테이블이 있고, 가게 앞에 해수욕장에서 봄직한 비취파라솔과 나무로 만든 의자가 있다. 주로 TAKE OUT을 하는 카페라 테이블엔 손님이 없는 때가 많다. 여름이지만 따뜻한 아메리카노 블랙 한 잔을 시켜 야외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량들을 쳐다보면서 한 잔 하곤 한다. 쳐다 본다기 보다는 커멍이라고 해야 맞는 말인 것 같다. 커피를 먹으면서 멍 때리는 수준이다. 이 곳은 직접 원두를 볶아서 바로 내려주는 커피라 맛도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집에서 혼자 점심을 먹고 거의 매일 나와 휴식을 취하는 곳, 이곳이야 말로 나에겐 멋진 커렌시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