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나의 도반 통풍

[통풍] 의사 몰래 한 통풍 임상 실험

그루 터기 2021. 9. 25. 09:10

의사 몰래 한 통풍 임상 실험

 

 

통풍약을 먹으면서 관리를 한지 4개월째다.

처음 한 달간 페브릭과 콜킨 처방을 받고, 한 달 후 혈액 검사를 했다. 약을 복용하지 않을 때 8mg/dL 정도이던 요산 수치가 3,6mg/dL 로 떨어졌다.

다시 두 달을 페브릭과 콜킨 처방을 받고, 두 달 뒤 혈액 검사를 하니 요산 수치가 3.1mg/dL란다.

이번에는 3개월 치 페브릭과 콜킨 처방을 받아서 먹고 있다.

 

지난 진료 때

“의사 선생님, 평생 약을 먹어야겠지요?”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 했는데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예” 하신다. 혹시나 하는 기대가 깨어지는 순간이다. “만약에 약을 끊으면 바로 요산 수치가 올라갈 겁니다. 고혈압 약처럼 그냥 쭈욱 드시면 됩니다.” 쐐기를 박는 한마디다.

“식사 조절하기가 참 힘드네요” 저의 소침한 한 마디에 “약을 꾸준히 드시면서 음식 너무 가리지 마시고 량은 조금 줄이셔서 드세요.” 이 말은 벌써 몇 번째 듣는지 모르겠다.

 

의사선생님께서는 꾸준히 약을 먹으면서 몇 가지 음식 외에는 특별히 가리는 음식없이 식사량만 조금 줄여서 먹으라고 했지만 그동안은 가능하면 먹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먹을게 별로 없다. 꽤 철저하게 식단 관리를 했었다.

 

엊그제 저녁부터 3일간 식생활에 대한 테스트를 시작했다. 의사선생님과 의논도 없이 나 혼자 결정한 일이다. 집에서 요산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기구가 있으면 좋았겠지만(인터넷에 보니까 베네첵인가 하는 게 있었다) 오로지 통풍 발작이 오는지만 알 수 있는 어리석은 방법이긴 하다.

 

아침식사는 항상 먹는 과일, 견과류, 계란과 당근주스로 먹고, 점심은 이틀 동안 다 비빔밥으로 먹었다. 저녁만 좀 특별나게 먹었다.

 

첫째 날 저녁은 족발을 시켰다. 족발은 앞발이 뒷발보다 맛이 있다는 걸 가슴이 알고 있어서 둘이서 다 먹지도 못하면서도 왠지 뒷발을 시키면 안 될 것 같았다. 통풍 치료 이후에 가족들이 족발을 시켜서 먹을 때 3쪽에서 5쪽 정도 먹었었는데, 이번에는 보통 1인분 정도로 충분히 먹었다. 고기도 껍질이나 지방이 없는 살코기 위주로 먹던 것을 이번에는 골고루 다 먹었다. 다른 탄수화물 식사는 하지 않았다. 통풍 치료를 하기 전 같으면 소주 한 병 이상에 1.5인분 정도 먹던 것에 비하면 고기 량도 줄이고, 술도 먹지 않았다.

 

둘째 날도 아침은 똑 같이 먹고, 점심에 밥을 비벼 먹을 때도 족발 고기 두 쪽 정도와 오징어 데친 것 3쪽 정도를 잘라서 넣고 채소와 같이 비벼먹었다.

저녁에는 광어와 연어 초밥(12피스)을 시켜 먹었다. 생새우도 10마리 시켜서 4마리 먹었다. 버터구이 머리도 4개 먹었다. 간장새우는 먹지 않았다. 와인도 두 잔 마셨다. 식사를 끝내고 아파트 산책길에서 빠른 걸음으로 7천보 정도를 걸었다. 왠지 모르게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이제 세 번째 날이다. 큰아들과 손주가 오는 날이다. 맛있는 점심과 저녁을 먹을 차례다.

오늘도 아침은 평상시와 같이 과일과 견과류, 주스를 먹었다. 이제 애들이 오기만 기다린다.

오늘 점심과 저녁을 뭘 먹을지 기대가 된다.

아직 발에는 통증의 신호가 전혀 없다. 약은 꾸준히 페브릭 40mg과 콜킨 1정을 먹는다. 콜킨을 4개월째 먹는 중인데 너무 오래 먹는 건 아닌 가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의사선생님께서 6개월간 처방해 주신 거니까 그 때까지 먹고 다음 진료 때 또 콜킨을 처방하면 의사선생님께 질문을 한 번 해 봐야겠다. 통증도 없을 뿐 아니라 최대 6개월이라고 했는데 괜찮은 건지 말이다.

 

셋째날이다.

애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백신 2차접종완료자 3명과 손주까지 총 5명이니까 어떤 식당으로 가도 문제가 없다. 아들 내외가 인터넷으로 찾은 김포의 한옥과 카페를 향해 출발했다. 이런! 전화를 해보니 오늘까지 쉬는 날이란다. 급하게 방향을 돌려 새로 개통한 월드컵대교를 건너 행주산성으로 향했다.

행주산성은 국수집과 매운탕 그리고 장어집이 유명한데(맛은 별로지만) 돌고 돌다 장어집으로 갔다. 장어도 통풍 이후에 한 번도 먹지 않던 음식인데 일단 내 몫의 1인분을 잘 먹었다. 맛집 소개하는 글이 아니긴 한데. 별표 2개다. 다시 가면 돈이 좀 아까울 것 같다. 식사를 끝내고, 한강변에 있는 행주산성역사공원으로 갔다. (고양인재교육원앞) 바람도 적당하고, 햇볕도 적당하고 황화코스모스를 잘 가꿔서 손자 인생사진도 찍고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며느리가 “상상외로 넘넘 좋아요”를 남발한다.(글 주제하고 다르지만 식구들이 다 좋아해서 적었다.)

 

저녁엔 아내가 사둔 돼지 앞다리(전지)살로 수육을 했다. 아내의 수육 삶는 솜씨는 어느 보쌈집 못지않아 한 없이 들어간다. 내가 통풍환자 맞기는 맞나? 겁 없이 많이 먹었다. 사실 점심에 장어구이 양이 너무 적어서 식사량이 부족할 정도였다. 맛있는 수육에 그냥 지나갈 수 없어 와인 한 잔에 무알콜 맥주 두 캔 했다. 김치냉장고 온도를 잘못 맞춰놔서 맥주캔 4개 넣어놨었는데 두 개는 얼어터져서 버렸다. 녹여서 맛을 봤는데 이건 보리차만도 못하다.

 

이제 슬슬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동안 철저히 지키던 식생활 규칙을 한꺼번에 무너트리고, 3일 연속해서 육식과 생선회를 먹었는데, 그것도 옛날 양만큼 많이 먹었는데 괜찮을지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밤에 잠을 자다 깨면 발목을 흔들어 보고, 또 깨면 일어나 걸어보고, 아침까지 잠을 설쳤다 .

 

다행히 아무 이상이 없다. 요산 수치는 분명히 올라갔겠지만 확실한 건 통증이 오지 않았다는 것 뿐이다. 마음 같아서는 혈액의 요산수치를 지금 측정해보고 싶은데, 그렇다고 병원가서 혈액검사를 할 수도 없고, 배네첵인가 하는 걸 사기도 그렇고, 일단 통증이 오지 않았고 비상약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만족한다.

 

사실 조금 있으면 저에게 도움을 많이 주셨던 분과 식사 약속이 있다. 저의 통풍을 핑계로 비빔밥을 드시자고 할 수도 없고, 그분이 좋아하시는 음식을 같이 맛있게 먹어야 하기에 고민이 좀 있었다. 이제 마음이 좀 편하다. 오늘부터 좀 더 관리를 철저히 하고 몸을 만들어 한 번쯤 통풍에 좋지 않은 식사를 조금하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해야겠다.

 

일단 저의 3일간의 임상실험은 여기까지. 큰 이상이 없음을 감사한다.

 

 

추신 :  실험 후 3일차이다. 아직 통풍관련 통증이 없다. 

          어제 저녁 운동을 하다가 발목을 접질렀다.  통풍초기 치료 때 발목을 접지른 경우가 있었는데 
          그 다음날 통증이 심해서 엄청 고생한 경험이 있다. 오늘 아침에도 아무런 통증이 없는 것을 보니 

          발목에 있던 결절은 모두 녹아 없어진 게 맞는 것 같다. (의사 선생님이 혈액검사만 하고 결절이 없어졌다고

           하셔서  믿지를 않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발등이나 발목 등에서 하여간 정상은 아닌 이상한 감각이 전해오는 건 내 기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