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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통풍 도전기] 4번째 병원 방문과 의사 몰래한 임상실험 결과

그루 터기 2021. 12. 7. 06:28

[나의 통풍 도전기] 4번째 병원 방문과 의사 몰래한 임상실험 결과

 

띠릭 띠로릭문자 오는 소리. <1129일은 공복 추적혈액검사일입니다. 류마내과> 122일까지 약이 있어서 목요일 쯤 병원에 가야겠다생각하고 있었는데 월요일로 잡혀 있었나봐요. 진료를 하고 나면 다음 예약날을 따로 알려주지 않아서 약이 떨어지면 다시 병원에 가곤 해서 정확한 날짜를 몰랐는데 이렇게 연락이 오더라구요.

 

어제 저녁부터 물 이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아침에는 물도 너무 많이 먹지 않고 집을 나섰습니다. 목동역에서 세 정거장의 화곡역 6번 출구. 벌써 네 번째 방문이라고 길이 익숙합니다. 9시에 오픈하는 병원. 10분전 쯤 도착했습니다. “오잉?” 벌써 혈액체취가 끝난 두세 분과 대기자 명단이 대여섯 명이 올라 있습니다. 역시 여기가 통풍 맛집인가 봅니다. 체혈을 하고 기다리니 일단은 여덟 번째 대기자로 올라 있습니다. 보통 체혈을 하고 한 시간 정도 검사결과를 기다려야 하므로 대기자 명단은 별 의미가 없으나 어쨌든 내 앞으로도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이 그 정도 있다는 거니까요.

 

지루한 한 시간을 위해서 가져간 책을 가방에서 꺼내 읽어봅니다. 독서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대기실 조명에 눈이 아파옵니다. 책을 넣어두고 핸드폰을 꺼내 퍼블리에 접속합니다.(큰 며느리의 소개로 가입해서 보는 건데. 필요한 글들이 많아 자주 접속합니다.) 이것도 별로일 쯤 혈압를 체크해 봅니다. 이상하게 나옵니다. 높은 쪽은 너무 높고 낮은 쪽은 너무 낮네요. ‘? 이건 뭐지’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해 봐야지잠시 기다리는데 접수하는 직원이 혈압 체크하세요한다. 다시 측정하니 약간 높은 경계지만 정상 범위 내에 있다. 매번 경계혈압 범위라서 조바심이 난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혈액검사 결과가 나왔으니 진료실 앞에서 대기하라고 한다. 드디어 진료시간. 살짝 긴장이 된다.

 

안녕하세요. 검사 결과가 특별한 것이 없고, 관리가 잘 되고 있습니다. 약을 잘 드시고 계시는거죠?”

진료의자에 앉자마자 커다란 모니터를 보시면서 말씀하신다.

요산 수치는 3.7로 잘 관리되고 있으시구요. 신장이나 간도 아주 정상입니다. 그동안 통증이 있으셨나요? 염증수치도 아주 정상입니다.”

속사포처럼 설명이 시작되셨다

통증은, 한 번, 이게 통증 통풍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약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엊그제 왼발 뒤꿈치가 약간 통증이 있어서 비상으로 주신 소염진통제를 이틀간 먹었습니다. 그리고 발등이 약간 기분 나쁠 정도의 감각이 자주 있습니다. 이건 통풍 때문인지, 혈액순환 때문이지 모르겠지만 화상이나 찰과상이 있는 것처럼 감각이 있고 만져보면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염증수치나 이런 것들이 모두 정상입니다.”

동문서답 같은 말씀을 하신다. 발등의 이런 증상은 통증 치료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계속 있어왔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어서 그런지, 운동을 잘 못해서 그런지, 딱히 어떤 이유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매일 조금씩 다르지만 글을 올리는 오늘도 비슷하다.

화면을 보니 딱 한 가지 붉은 색으로 표시된 수치가 하나 있었다.

저 건 뭐지요? 붉은 색?”

전체가 영어로 되어 있는 큰 화면에 스쳐 지나듯 본 내용을 자세하게 보니 콜레스테롤이었다. 첫 번째 혈액검사 때 조금 높아서 '뱃살을 빼셔야 합니다.' 했던 것. 두 번째 열심히 노력해서 150 정상 수치 이하인 135로 내렸던 콜레스테롤이 아슬아슬하게 150을 넘어 있었다. 151.

콜레스테롤이 약간 높아지셨는데 걱정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제가 갑자기 몸무게가 많이 떨어지고, 통풍에 좋지 않다는 음식을 먹지 않다가, 그러다 보니 먹을 게 별로 없어서 한 두어 달 전부터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먹습니다. 약은 하루도 안 빠지고 정확히 먹고 있구요. 식사를 너무 가려먹으니까. 나뿐 아니라 가족들도 먹을 게 없어서요. 특히 최근에 이것저것 좀 자주 먹었습니다. 양은 옛날 먹던 것 보다 조금 줄였구요. 술은 전혀 먹지 않았습니다. 가족 모임이나 친구 모임이 있을 때 와인 한 잔 정도와 무알콜, 무퓨린 맥주를 조금씩 먹었습니다.”

얼떨결에 변명을 속사포로 했다.

예 식사는 이것저것 드셔도 됩니다. 지금 관리를 잘하고 계시구요. 요산수치를 5미리대로 관리를 하시는데 만약에 수치가 높아지면 현재 페브릭을 최하인 40미리짜리를 드시는데 80미리로 높여도 되니까요. 술은 알코올이 문제니까 잘 하셨습니다.”

 

이런 저럼 질문 몇 가지가 이어지고

선생님, 제가 콜킨을 6개월 복용하였는데 계속 먹어도 될까요

약간을 도발적인 질문을 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화면에 새로운 자료를 하나 띄우신다. 영어로 된 자료인데 무슨 이야긴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주로 미국의 기준을 따라 치료를 합니다. 콜킨은 6개월까지는 처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번에는 페브릭만 처방하려고 합니다.”

의사 선생님의 변명 같은 설명이었다. 내가 콜킨의 처방 기간에 대해 질문을 하니까 근거를 대시면서 설명하시는 거였다. 먼저 말씀드리지 않아도 설명하셨을 것 같은 내용인데 살짝 죄송했다.

비상으로 드린 소염진통제가 남아 있으신가요? 없으면 처방해 드릴까요?”

아닙니다. 아직 5일분 정도 남아 있습니다. 만약 통증이 심하면 금방 다시 오겠습니다.”

, 그렇게 하세요. 페브릭만 3개월 치 처방해드리겠습니다. 통증이 있으시면 비상약 드시고 심하시면 언제든지 바로 오세요.”

감사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질문을 했었는데, 아몬드를 매일 많이 먹으면 통풍에 영향이 있느냐고 물어 봤었다. 통풍에 영향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따로 하지 않고, 많이 먹으면 콜레스테롤이 높아진다는 말씀을 하신 것 같다. 또 의사선생님의 지시사항을 100% 지키려고 노력한다는 말씀도 드린 것 같고, ‘술은 안 드시는 게 좋다라는 말도 들은 것 같다. 몇 번 들었던 일반적인 이야기라서 흘러들었더니 기억에 남지 않은 것들이 몇 개 있는 것 같다. 고기의 내장류나 갑각류, 어폐류, , 탄산음료는 전혀 먹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씀도 드린 것 같고, 몸무게도 많이 빼니 근육이 다 빠져서 조금 올려야겠다는 말고 한 것 같다.

 

병원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병원을 찾아갈 때는 요산수치가 5mg/dL만 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3.7이라니 정말 좋다. 다만 콜레스테롤이 경계를 살짝 넘어갔다니 얼떨떨하다. 요즈음 음식을 이것저것 기름진 것도 먹기는 했다. 몸무게가 너무 많이 빠지다 보니 근육도 빠져서 걱정되어, 기름진 음식을 조금 자주 먹어서 몸무게가 1키로 정도 회복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문제가 살짝 있었는가 보다. 운동을 좀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갑자기 공복에 배고픔이 느껴진다.

얼른 집에 가서 아침식사를 해야겠다. 벌써 11시다.

아침부터 삼겹살에 소주가 생각난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