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나의 도반 통풍

통풍이 다시 찾아오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다.

그루 터기 2022. 2. 5. 10:11

통풍이 다시 찾아오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다.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되는 129일 아침. 상쾌한 기분으로 이른 아침 일어났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간단하게 스트레칭하고, 물도 한 컵 마시고, 책을 폈다. 10여 분 쯤 지났을까 오른 쪽 무릎이 조금 불편함을 느꼈다. 손으로 만져 보았는데 딱히 아픈 곳이 없으나 꼭 모기에 물린 듯한 느낌과 살짝 부딪힌 듯한 느낌의 중간 정도의 불편함이 왔다. ‘어제 어디 모서리에라도 부딪혔나?’ ‘기억이 없는데?’ ‘혹시 통풍인가?’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제가 원래 어디를 슬쩍 슬쩍 부딪혀도 그 때뿐이고,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다.

   점심때 쯤 아내와 명절 음식 마련을 위해 마트를 다녀왔다. 평지를 걸어갈 때는 잘 모르겠는데 계단을 내려갈 때 가끔 무릎에 불편함을 느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저녁때가 되었는데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이 애써 찾아서 누르면 무릎뼈(슬개골) 표면이 살짝 아픈 것이 느껴질 정도다. 가끔 이런 정도는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통증이 사라졌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 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상황이 급격하게 달라졌다. 평지의 걸음이 불편할 정도로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연골 쪽이나 관절 쪽이 아닌 슬개골 표면이 아프고, 약간 부기도 생겼다. 색깔도 계란크기 만하게 붉은색으로 변했다. 그냥 느낌으로는 관절이 아픈데 만져보면 슬개골 표면이 아픔이 느껴졌다. 걸음을 걸을 때는 통증이 심한 것 같이 느껴지는데 손으로 만져보면 별로 심하게 아프지는 않았다.

 

   통풍을 치료하는 8개월 동안 가끔 이런 식으로 왼쪽 무릎, 왼쪽 발뒷꿈치 아킬레스건, 발등 등에 통증이 살짝 찾아왔을 때 처방받아 가지고 있던 소염진통제를 이틀 정도 먹으면 괜찮아 졌다. 이 비상약은 8개월 전 류마내과에서 통증이 심해서 찾아갔던 첫 진료 날 지어준 2주치 약인데 통증이 없어지면 더 먹지 말고 보관했다가 다시 통증이 찾아오면 비상약으로 하라고 해서 남겨뒀던 약이다. 몇 번의 통증이 찾아 왔을 때 한 이틀 정도 먹으면 괜찮아 졌기 때문에 이번에도 별 걱정 없이 남아있던 약을 꺼냈다. 3일분이 남아 있었다. 약을 먹고 몇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사라지기 시작할 거라는 기대감으로 약을 먹었다. 약을 먹으니 통증을 살짝 줄어들었으나 무릎이 더 부어오르고, 무릎 아래쪽까지 살짝 벌겋게 변했다. 한 이틀 정도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3일치 약을 다 먹었다. 통증도 약해지고 부기도 좀 빠지고, 붉은 부위도 줄어들어 많이 좋아 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가지고 있는 약이 다 떨어지고 나니 깨끗하게 사라져야 할 통증의 정도가 약간 더 심해진 것 같다. 바로 병원에 가 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설 연휴가 끝나려면 하루가 더 지나야 한다. ‘그래 하루 더 기다려보자. 그러면 이젠 통증이 가라앉겠지이 생각은 나의 바램으로 끝이 났다. 더 심해지지도 않았지만 더 좋아지지도 않았다. 명절이라고 찾아온 애들이나 같이 사는 아내가 걱정 할까봐 조심조심 눈치 채지 않게 걸어 다녔다. 가능하면 내 방에서 책을 읽거나 붓글씨를 쓰거나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책상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니 무릎에 살짝 부담이 오는 것 같아 책상 위에 접이식 작은 밥상을 올려놓고 서서 책을 보거나 붓글씨를 썼다. 계속 서 있기가 불편하면 다시 작은 상을 내리고 의자에 앉기를 두세 시간씩 간격으로 반복했다.

 

   통증이 있기 시작한 5일 째, 연휴가 끝난 날 아침 병원을 찾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한 달 뒤에 복용하던 페브릭이 끝나는 날 쯤 찾아가 혈액 검사도 하고, 페브릭도 처방 받아오려고 했었는데 약 한 달 정도 빠르게 찾아갔다. 그래도 소염진통제 뿐 아니라 내 몸 상태도 알고 싶어서 혈액검사를 신청했다. 혈액 채취 후 검사 시간으로 한 시간 정도 기다렸다. 보통 10명 정도 대기자 명단이 있는데 오늘은 명절을 지난 다음이라서 그런지 15명 정도의 대기자가 있다. 혈압 측정을 하고 기다렸다. 병원에 도착한지 한 시간 반 정도가 되어서야 진료를 시작했다. 진료실를 기다리는 내내 걱정이 앞선다.

 

   그동안 식사 조절을 거의 하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은 대부분 먹었었다. 아주 나쁘다고 하는 곱창이나 정어리 같은 경우는 먹지 않았지만 삼겹살, 수육, 족발, 닭바베큐, 소고기 국 등 고기 종류나 광어, 방어, 초밥 등 생선회 같이 통풍 환자가 먹으면 좋지 않은 음식도 가리지 않고 먹었다. 6개월 동안 3번의 검사에서 요산 수치를 3.4~3.7까지 잘 관리했기 때문에 의사선생님의 약을 꾸준히 드시면서 음식을 가리지마시고 골고루 드시고, 다만 과식을 하지 마세요.” 라는 말씀을 믿고 먹었다. 음식량도 과거 통풍이 오기 이전에는 보통사람들의 1.5인분 정도를 보통 먹었다면 요즈음은 1인분 정도로 먹었다. 그러니까 딱히 적게 먹어야겠다.’라는 생각 없이 먹었다. 친구들 만나면 무알콜 맥주만 먹었었는데, 가끔(열흘이나 일주일 정도) 한 번씩 다섯 번 인가? 소주 3~4잔도 먹어봤다. 가족 모임 할 때는 집에서 와인 한두 잔에 무알콜 맥주를 먹었다. 옛날처럼 술을 자주 먹거나 몇 병씩 먹지는 않았다. 겨울이라 걷기 운동을 자주 하지 못한 것도 마음에 걸렸다. 밖에 나가지 않는 대부분의 날은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보거나 컴퓨터를 해서 하체의 근육도 빠지고,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그것이 원인일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체중은 1~2kg 정도 다시 늘어났지만 과거 몸무게보다는 아직도 5~6킬로는 빠져 있으므로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다. 물은 처음에는 3~4리터 정도 먹었었는데 지금은 1.5~2.5리터 정도 그래도 꾸준히 먹고 있는 중이니 이것도 잘 지켜 나가는 중이었다.

 

   의사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마주 앉으면서도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걱정이 된다. 요산 수치가 얼마나 올라갔을까? 다시 결절이 많이 생겼을까? 고기나 생선을 너무 맘 편하게 먹은 것일까? 음식 조절을 더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일까?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통증이 3일 정도 되셨다고 하셨네요. 지금은 좀 어떠신가요?”

   미리 간호사선생님께 문진 시 말씀드린 내용을 다시 물어 보신다.

   “, 4일 정도 되었구요. 비상약으로 가지고 있던 소염진통제를 다 먹었는데도 아직 통증이 있습니다.”

   “혈액 검사에서 요산 수치는 여기 보시는 것처럼 아주 좋구요. 고지혈증이나 중성지방 등 여러 가지 수치가 아주 좋습니다. 혈액 속에 염증도 전혀 나타나지 않고, 신장, 간 등의 기능도 아주 좋게 나왔습니다. 관리를 아주 잘 하시네요

   모니터에 나타난 혈액 검사 자료를 보시면서 (과거 검사자료까지 비교할 수 있도록 같이 정리되어 나옴) 검사 결과에 대한 답변을 하신다. 음식도 가리지 않고 많이 먹고, 유산소 운동도 제대로 못해서 요산 수치가 5~6mg/dL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요산 수치를 보니 3.2mg/dL로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모니터 가득 영어로 된 자료 중에 Uric acid만 확실히 보이고 다른 건 잘 모르겠다. 지난번에 3.7mg/dL이었는데 그때보다도 낮아졌다.

 

   “선생님, 지난번에 선생님께서 결절이 다 없어졌다고 말씀 하셨고 요산수치도 관리가 되고 있는데 발작이 올 수 있는 건가요?”

   “,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발작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방금 다녀가신 환자분은 조종사 분이신데 외국으로 다니시다보면 생활이 불규칙해서 발작이 오는 경우입니다. 스트레스나 과격한 운동 등과 같은 경우에도 발작이 올 수 있습니다.”

   “저는 큰 스트레스도 없고, 이번에 음식만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먹었는데 페브릭으로 요산이 관리가 되고 있어 결절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왜 발작이 올까요? 하루 종일 앉아 있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을까요?”

   “꼭 많이 앉아 있는 게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음식 같은 경우는 사람에 따라 다른데 어떤 분을 다른 음식을 다 괜찮은데 설렁탕만 드시면 통증이 오는 분이 계시고, 어떤 분은 소주만 드시면 통증이 오시는 분도 계시고, 어떤 분은 술을 계속 드셔도 괜찮은 분들도 계셔서 반드시 통증이 온다고 말씀드릴 수도, 괜찮다고 말씀드리지도 못합니다.”

   "선생님, 제가 지금까지 알고 있기는 통풍의 발작이란 것이 몸속, 특히 관절 부위에 요산의 결절이 모여 있다가 어떤 이유로 영향을 받으면 염증을 일으키고 통증 발작으로 이어진다고 알고 있는데, 결절이 없어진 상황이고 요산 수치가 이렇게 낮게 관리가 되고 있는 상황인데 통증이 온다니까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통증이 가끔씩 옵니다. 약을 꾸준히 복용하시고 관리하시면 점차 통증이 찾아오는 빈도가 적어질 겁니다. 요산 수치도 며칠 전 통증이 올 때 검사 했으면 조금은 올라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제가 지금까지 뭔가 잘못 알고 있었나 보네요. 저는 요산 결절이 있어야만 통풍 발작이 나타난다고 알고 있어서요.”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계신 환자분들 중에서도 가끔씩 특별한 이벤트로 통증이 발생하여 오시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조금씩 좋아지실 겁니다. 그리고 환자분께서는 페브릭도 40mg으로 제일 약한 것으로 드시고 계시면서 요산 관리가 잘 되시니까. 음식도 너무 과식하지 않는 범위에서 드시고 싶은 거 드세요. 만약 요산 수치가 관리가 되지 않으면 80mg 짜리로 올려서 드시면 됩니다. 페브릭은 신장 보호를 위한 거니까 건너지 마시고 꼭 드세요

   “, 약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확한 시간에 잘 챙겨 먹고 있습니다. 그런 건 잘 합니다.”

 

   “새로 비상용으로 소염진통제를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이 약도 가장 낮은 단위의 약이므로 잘 듣지 않으면 더 세게 처방할 수도 있고, 약이 안 되면 주사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통증이 왔을 때 6시간 이내에 망설이지 말고 바로 드세요. 약의 단위가 낮아서 큰 부담이 없을 겁니다. 혈액검사로 나타난 다른 수치가 전부 건강하시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드세요. 통증을 참는 건 바보 같은 겁니다.”

   “, 주사는 맞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도 약을 2일 분만 먹으면 바로 통증이 없어졌었거든요. 이번에는 좀 이상하네요. 그리고 처음 6개월 동안은 통증이 거의 없어서 비상용으로 주신 소염진통제가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 이번 두 달 동안은 심하지는 않았지만 발뒤꿈치나 무릎이나 발등 같은 곳에 약간씩 기분 나쁠 만큼의 감각이나 통증이 있었습니다. 어떤 땐 그냥 지나가고 어떤 땐 소염진통제를 이틀 정도 먹으면 괜찮아지고 그랬습니다.”

   “아마 지난번 까지는 콜킨을 계속 드셔서 통증이 거의 없었을 텐데. 이번에는 콜킨을 빼고 페브릭만 드셔서 영향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비상약에 콜킨도 같이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그리고 바쁘실 텐데, 궁금한 거 간단하게 세 가지만 질문 드리겠습니다.”

 

   진료가 거의 끝나갈 때 질문을 세 가지씩이나 한다고 하니 선생님께서 약간 의아해 하신다. 진료를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아서 마음이 급하실 것 같아 정말 간단하게 질문하고 답변을 하셨다.

   첫 번째 질문은 오메가3를 통풍환자들이 먹어도 괜찮은가?’였다. 통풍은 고지혈증이나 고지방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오메가3를 드시는 걸 권장하신다고 하셨다. 바쁘신데도 모니터에 다시 도표와 관련 자료를 띄워놓고 설명을 해 주셨다. 변비와 시력, 오래 앉아 있을 때 영향 같은 것은 정확한 인과관계가 있거나 없다는 논문이 없는 것으로 설명을 하셨다. 시력 같은 것은 안과 선생님이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바쁘신데도 자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관리를 잘 하고 계시니까. 지금처럼만 관리하시면 됩니다. 과격한 운동은 조심하시고, 유산소 운동은 꾸준히 하시구요. 처방약을 다 드시면 그때 다시 내원하시면 됩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료실을 나오는 마음이 참 가볍다. 그래도 머릿속에는 아직도 결절과 통증에 대한 미스터리(?)가 남아있다. 평생 논리적인 것만 생각하면 살아온 내가 논리에 맞지 않은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일단 현상으로 나타나니까 받아야 들이겠지만 원인이 도대체 무엇인가? 궁금증이 더할 뿐이다.

 

   약국에 들렀다가 집에 도착해 식사를 하고 처방받은 약을 먹었다. 통풍에 잘 듣는 진통제 콜킨정(콜키신) 0.6mg과 염증억제제 에어탈정, 위점막 보호제 등 세 가지 종류의 약이 들어있고, 페브릭 3개월 치도 같이 들어 있다.

약을 복용하고 하루 밤을 지났다. 홍반은 이미 조금씩 없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통증이 거의 없어졌다. 역시 통풍에는 콜킨이야.

 

   오늘 아침 강의를 들으러 양천도서관에 갔는데 걸어가도 전혀 부담이 없었다. 오후에 집에서 가방을 정리하다가 작은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 이거!’

   지난번 혹시 출장을 가거나 여행을 가서 통증이 오면 먹으려고 3일분 비상약을 따로 넣어뒀던 그 약봉지다. 가지고 있던 비상약 다 먹었다고 아직 통증이 남았는데도 없어서 먹지 못했던 그 비상약. 그저 웃음만 나왔다.

 

   그루터기야 그 기억력 이젠 어떡하누.

 

 

 

 

 

* 대화의 내용은 녹음을 한 건 아니구요. 제 기억력으로 쓴건데 쓸데 없는 소리 몇 개 빼고 가능하면 그대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뜻이 잘 전달 되도록 적었는데 없는 이야기는 하나도 안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