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나는 여경이 아니라 경찰관입니다.』, 장신모, 행성비, 2018

그루 터기 2022. 2. 6. 20:09

나는 여경이 아니라 경찰관입니다., 장신모, 행성비, 2018

 

장강명 작가의 책 한 번 써봅시다.에서 추천한 세권의 책을 빌려왔다. 그중에 첫 번째 책이다. 작년 년 말로 정년퇴직을 한 막내 동생과 같은 계급의 경감, 경찰의 중간 간부다. 순경부터 시작해서 시험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 것까지 너무 똑 같아 호기심이 많이 갔다. 물론 거기까지만 똑 같다. 여성과 남성이라는 것도 다르고 근무지가 줄 곳 지방 경찰서의 짧은 근무를 빼고는 전부 지구대(옛날은 파출소)라는 것도 다르고, 이제 더 진급을 할 수 없는 사람과 아직 장래가 유망한 것이 다르다.

글 중의 많은 이야기들이 동생으로부터 듣기도 했지만 일반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일반적인 일들을 작가의 경험을 가지고 멋진 한 권의 책으로 역은 작가의 글 솜씨에 감탄한다. 어쩜 직접 격을 일들을 물 흐르듯 유연하게 써 내려 갔기 때문에 더 가슴에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글을 읽으며 경찰관들의 수고와 애환이 다시 한 번 생각난다. 수고하신다고, 고생 많으시고, 힘내라고. 당신들이 있어서 오늘도 편안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저자 소개

장신모

83년생. 제복을 입으나 벗으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몸이 먼저 움직이는 천생 경찰이다. 어릴 때부터 경찰을 동경했다. 공부를 잘하지도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도 않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거듭한 끝에 스물셋에 경찰공무원이 되었다. 중앙경찰학교를 차석으로 졸업했으며 이후 지구대, 기동대, 정보과 등 여러 곳을 거쳐 지금은 수서경찰서 교통계 경감으로 있다. 자신처럼 경찰을 꿈꾸고 준비하는 후배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썼다. 자신보다는 덜 힘겹게 이 길에 많이 들어서길 바라서다. 경찰이 되기까지 과정, 경찰이 된 후 겪은 일들, 특히 여경이라서 마주한 경험들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사람다운 경찰, 경찰다운 사람을 지향하며, 현장에서 목격한 수많은 사람의 삶을 기록하는 일도 계속하고 싶다. 역시 경찰공무원인 남편과 두 딸의 응원을 받으며 오늘도 제복을 매만진다.

 

 

독서 메모

 

경찰을 사랑하면 할수록, 경찰을 이해하면 할수록 틀 안에 갇혔다. 점점 마음 쓰는 일에 인색해지고, 누가 마음을 내비치면 의심부터 하는 직업병을 앓았다. 그렇게 지극히 정상적인경찰관의 길로 접어드는 중이었다. 이 길로 가야 성공도 하고, 인정도 받을 텐데 묵직하게 밀려오는 거부감의 정체는 뭘까?

 

나는 사람다운 경찰 그리고 경찰다운 사람을 지향한다. 두 경계를 허물며, 조금 더 사람 향기 나는 경찰로 따뜻하고 밝은 세상을 만드는데 이바지 하고 싶다.

 

이 책은 경찰이 아닌 이들을 위해 쓴 것 같지만, 경찰이 읽으면 공감할 부분도 꽤 있다. 꿈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좋지만, 꿈이 없는 사람도 환영한다. 여자가 읽으면 좋지만, 나자가 읽어도 고맙다. 청춘이 읽으면 뿌듯하겠지만, 엄마가 읽는다면 눈물이 날 것 같다. 무엇보다 경찰을 꿈꾸고 준비 중인 여성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실 청렴 아이콘은 엄마다. 우리 자매는 어머니로부터 태 것이 아니면 탐내지 말라고 한평생 교육받았다. 경찰을 꿈꾸는 사람이 도둑 심보로 살아선 안 된다. 더도 덜도 말고 딱 경찰 심보로 살아야 당당할 수 있다. 타인은 속여도 자신은 절대 속일 수 없다.

 

준비 없는 도전, 예상 가능한 좌절, 그래도 좋았다. 당시 다른 친구들이 정답을 써 내려갈 때 나는 꿈을 한 잤기 내려갔기 때문이다. 답을 쓰지 않고, 꿈을 쓴다는 건 어쩌면 예의 없는 행동일 수도 있다. 준비된 자들에 대한 예의 없는 몸부림. 그때 좌절도 준비된 자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라는 걸 알았다. 정답 대신 꿈을 써 내려갔지만, 언젠가 나에게도 정답 같은 인생이 선물처럼 주어질 거라고 믿었다.

 

세상은 내게 말했다. 당신은 원서 쓸 자격이 없다고. 하지만 나는 그 세상을 뛰어넘어 원서를 썼고, 스스로 자격을 얻어 냈다. 그 원서는 경찰대로 가는 열쇠가 아니었다. 내 인생을 열고, 당차게 나아갈 수 있는 꿈의 관문이었다. 지금은 경찰대 출신 동료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어울려 근무하고 있다. 꿈이 만든 생채기는 내 젊은 날의 도전을 대변하고, 17년 전 응시 원서는 여전히 나의 오늘을 응원한다.

 

내가 한참을 울자 외삼촌도 덩달아 우셨다. 그러면서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주셨다. ‘2198874 가라사외삼촌은 일련번호 10자리를 일기장에 또박또박 새겨 놓고 절대 오늘을 잊지 말라고 하셨다. 빛이 보이지 않는 좌절감. 일어서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감을 뼛속까지 기억하라며, 지금은 구권이 된 만 원짜리 지폐 한 장, 일기장 속에 부적처럼 모시며 힘들 때마다 꺼내 본다.

 

좋은 신발은 주인을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준다고 했다. 너무 설레서 품에 안고 잠들었던 하얀 운동화, 닳아 없어질 소모품이지만 나를 얼마나 멋진 곳으로 데려다 줄까? 운동화는 나의 숱한 방황을 목격하면서도, 껌처럼 달라붙어 내 편이라며 늘 응원해 주었다.

 

체력시험 다음에는 면접시험이다. 나는 경찰 시험 면접용 교재를 통째로 외웠다. 물론 실제 시험에서는 예상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받은 질문은 아직도 기억한다. “만약 야간에 음주 단속을 하던 중, 아버지가 음주운전으로 단속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단 아버지를 단속한 후 벌금은 딸인 제가 지불하겠습니다.”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시로 이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 과연 지금 그때보다 현명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진정한 경찰이 되는 길은 경찰이 되기 전부터 경찰이 되어 퇴직하는 그 순간까지쉼없이 살펴도 모자람이 없다.

 

중앙경찰학교의 입교는 곧 현실이었다. 꿈을 신고하고 이를 검증받는 관문은 예사롭지 않았다. 먼저 외모와 복장, 태도가 경찰답게 변했다. 입교 첫날, 검은색으로 머리칼을 강제적으로 염색 당하는 교육생도 있었고, 소소한 잡담이나 웃음이 발각되면 오리걸음을 해야 했다. 군대에서나 볼 법한 일들이 일상에서 펼쳐졌다.

 

여자랑 말이 안 통하네. 남자 경찰관으로 바꿔.” 흔히 듣는 말이라서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지만, 사실 당사자에게는 비수처럼 꽂히는 말이다. 지켜보다 자리를 박차고 후배 뒤로 갔다. 내가 겨우 할 수 있는 말이라곤 경찰관에게 반말하지 마세요!” 정도였다. 그분에게나 역시 말 안 통하는 여자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여전히 성희롱이나 성범죄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고, 여경이다. 어떤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피해자 전수조사가 시행된다. 물론 여자들만을 대상으로 한다. 사후 예방을 위해서라도 당연히 필요한 절차지만, 그때마다 피해자가 아닌 여성들도 덩달아 불편함을 느낀다. 잠정적 피해자는커녕, 잠정적 가해자로 눈치받기 일쑤다. 여경과는 말도 섞지 마라. 할 말 있으면 공문으로 해라 등 거북한 농담들이 오가고, 성별 놀리는 아무 문제없이 흘러가던 일상 속에서 뾰루지처럼 도드라진다.

 

흔히 여경을 받은 팀이 가장 손해를 보고, 여경을 보낸 팀이 가장 큰 덕을 본다고 한다. 위험하고 매우 급한 치안 현장에서 동료인 여경을 지키는 게 더 부담인 것이다. 여경이 소속된 팀은 전력에 차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년가 장거리 육아를 하면서도 사무실 동료들에게는 철저히 비밀로 했다. 이따금 시댁에 간다는 정도로 지금의 상황을 얼버무렸다. 내가 엄마라는 사실, 아이가 둘 있다는 사실, 이 사실 만으로도 조직은 나에게 편견을 갖는다. ‘엄마라서 충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말마다 지방을 오간다고 생각하면, 부담스러워서 어떤 일도 쉽게 맡길 수 없을 것이다.

 

선배님이 도려내고 싶다던 그 30대 중반에 나는 서 있다. 물론 그때보다 여건은 좋아졌다. 하나미나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어렵고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경찰인 내가, 엄마인 내가, 힘들지만 힘나는 생의 절정기를 도려내야 할 이유는 없다.

 

누가 시킨 적도 없는데 여경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살았다. 무엇을 하든, 어떤 말을 하든 내가 여경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며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왜 굳이 여경이라서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살았던 걸까? 14년째 여경으로 살고 있지만, 여전히 어떻게 사는 게 정답인지 모르겠다.

 

경찰관은 감정 표현에 유독 약하다. 감췄던 진심을 뱉는 순간, 그 온도는 무엇보다 뜨겁다. 주어진 업이 그러해서 점점 더 속으로 삼키는 버릇, 마음 한 번 누누는 일도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주저한다.

 

경찰은 의도하지 않게 타인의 삶에 깊이 관여한다. 대부분 업무적으로 스치며 지나가지만 어떤 삶은 긴 여운으로 남아 경찰관의 삶까지 움직이게 한다. 삶의 무게가 기어코 자국을 남기기 때문이다.

 

인생은 민들레 홀씨 같다. 나라는 존재는 바람을 타고 정처 없이 날아가다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울지 모른다. 바람이 세는 일을 사람의 의지나 계획으로 어찌 할 수 없지만, 홀씨 하나하나에 온전히 아름다운 나를 담아두어야 한다.

 

기동대 버스는 늘 조용히, 소리 없이 떨고 있었다. 진동은 여경들의 생리불순을 유발하고, 허리 통증을 악화시키지만 모두 삼키듯 감내한다. 묵묵히 버티는 것이 기동대 업무 중 8할을 차지한다. 진동도, 멀미도, 태양도 다 좋다. 심지어 현장 상황에 따라 커튼 하나만 치면 탈의실로 탈바꿈하는 버스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긴장감이 모든 것을 덮어버리니까.

 

집회는 최절정에 달했다. 무전으로 전해져 오는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기동대 버스들이 하나둘 공격을 당했다. 창문 파손, 타이어 탈취는 물론 주유구 속으로 화기를 넣으려고 시도했다. 머리 위로 보도블록이 날아들었다. 물통이나 소지품으로 수시로 맞아봤지만 보도블록까지……. 경찰 검문에 걸려 시위용품들을 빼앗기자 급기야 인도에 있던 보도블록을 떼어냈다. 하기야 도로에 박혀 있던 휴지통까지도 뽑았으니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청진동에 있는 24기동대는 높은 바위 절벽으로 둘러쌓여 있다 봄이 되면 절벽의 끝에서 노란 개나리 꽃이 핀다. 귀곡 산장처럼 음산한 기운을 잊을 수가 없는데, 그 꽃 덕분에 수없이 외쳤다.

벼랑 끝에서도 꽃은 친다. 물러날 수 없는 지금이야말로 내가 빛을 발할 때다.’

 

당신 걱정이 반찬이라면,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아.” 우리는 현장에서 느끼는 사소한 보람부터, 위험했던 상황까지 늘 함께 나누고 교감한다. 부부 경찰인 덕분에 경찰의애환이나 기쁨도 곱절이지만, 남편의 경험은 간접경험을 넘어 기어코 직접 경험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주인공만 바뀔 뿐 배경이나 상황은 거짓말처럼 유사하다.

 

부부경찰은 한 사람이 일정 계급 이상 올라가면 나머지 한 사람직이나 명예퇴직을 종요당한다. 통상나머지 한 사람은 여경이 되는데, 남편의 앞날에 조금이라도 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출신, 계급, 성별, 승산 가능성 등의 셈법은 잔인하게도 한 사람의 희생이나 양보가 당연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부부 경찰은 한집에서 살아갈 뿐, 두 명의 독립된 인격체다.() 꿈은 한 삶이 일방적으로 누리는 특권이 아니다. 나의 꿈이 소중하듯 사랑하는 사람의 꿈을 안전하게 지켜 줄 의무와 책임도 있다. 서로의 기회와 꿈을 지켜 주는 것이 부부 경찰이다.

 

결정장애라는 신조어 뒤에 숨어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하나. 소소하고 자잘한 선택일수록 스스로 결정하려는 노력, 그 연습들이 쌓여 삶의 중요한 순간 조금 더 현명한 선택을 하지 않을까.

 

만약 그때 임신을 핑계로 승진을 포기했다면 나연이는 아프지 않았을까? 무엇을 선택한다고 해서, 그 선택의 결과까지 마음먹은 대로 얻을 수 없다 그 결과의 일부는 분명 신의 영역이다. 선택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를 동반한다. 후회해도 돌아갈 수 없다. 그래도 후회가 따른다면, 후회를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선택하지 않은 선택은 또 다른 선택으로 이어져 결국 꿈의 길목에서 만난다. 모든 선택은 연습이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골든타임을 알아채지 못했다. 우린 자신 안에 있는 것들만 알아본다. 때마침이란 그 가 아니면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뜻이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사람에게 당도하는 최적의 타이밍이다. 흘러가는 대로 흐르지 말고, 치열하게 달려가 기회를 잡아야 한다.

 

세상에 적당한 경험은 없다. 만약 적당한 온도의 경험이 있었다면 내 안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그냥 흘러갔을 것이다. 배움은 뜨거워야 한다.

 

얼굴에 침이 아니라 칼을 뱉는 듯했다.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았다. 주변 소음에 묻혀 나만 위협하는 폭력성에 소름이 끼쳤다. 차라리 큰 소리로 말했다면 동료라도 눈치 챘을 텐데 말이다. 교통민원실에서 근무하면서 감정 노동자라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하루에 열두 번이 넘게 더 욕을 먹고 나면 정신이 혼미하다. 경찰관이라는 이유로 일단 맞고 보는 비난의 화살, 나의 잘잘못과 상관없이 사과부터 해야 더 큰 화를 면하는 현실이다.

 

요즘은 순찰차에도 열선이 들어온다. 따뜻한 온기는 오히려 현장에 도착했을 때 맹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순찰차에서 데워진 몸이, 현장에 내리는 순간 갑자기 몰려오는 한기에 방어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열선을 끄고 긴장한 상태에서 근무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득이 된다.

 

현행법은 술에 관대하다. 취했다는 이유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잘못해도 쉽게 법의 용서를 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죄를 지어도 술을 마시면 감경해 주니 세상이 점점 비틀거린다.

 

사고로 트럭 기사와 함께 대학생 몇 명이 희생되었다. 모두 병원으로 후송되고 현장을 정리했는데 믿기지 않았다. 도로에는 장기의 일부가, 주인이 누군지도 무른 채 놓여 있었다. 장갑도 없이 장기에 덕지덕지 묻은 모래를 털어내며 속으로 얼마를 울었는지. 세상은 멈춰 있었고, 나는 아주 천천히 손가락을 세었다. 신호위반, 과속, 음주운전, 안전운전 의무 위반, 안전띠 미착용 ……. 대수롭지 않을 규칙 위반이 한꺼번에 몽 대형 사고를 유발했다. 새벽에도 어김없이 신호를 지켰던 무고한 운전자까지 목숨을 잃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 건물 아래에서 근무하던 경찰관 머리 위로 물컹한 무언가가 떨어졌다. 본사를 점거하고 있던 시위자들이 대소변을 모아 던진 봉투였다. 비가 강물처럼 출렁거리고 노폐물이 그 위를 둥둥 떠다녔다. 그 이후로 김치나 쓰레기를 마구마구 내던졌다. 죽창보다 날카롭고 혐오스러운 흉기가 폭탄처럼 머리 위로 떨어졌다.

 

꿈은 세상에 널려 있다. 다양성과 특별함을 갖춘 채 말이다. 그 숱한 꿈들이 아무리 멋지고 화려해도, 내 안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면 무의미하다. 내 안에서 켠 꿈이야 말로 진정 나의 꿈이며, 세상을 헤쳐 나갈 정확한 등대가 된다.

 

K팀장의 반성을 곧 나를 돌아보게 했다. 제복은 작업복에 불과한데, 마치 막대한 구너한을 부여 받은 양 으스대진 않았는지, 누군가에겐 평생 딱 한 번 있을 일이지만 내겐 대수롭지 않게 빨리 처리하고 싶은 한 건에 불과했던 건 아닌지. 제복만 벗으면 우린 국민이다. 경찰이면서도, 경찰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국민이다.

 

긴급 상황은 아니고요. 갑자기 경찰관들이 깨우면 놀라실 수 있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마음이 아프네요. 개포동 주택가.” 문자 신고였는데 신고자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읽혔다. () 이럴 때는 일로만 다가오지 않고, 삶으로 다가온다. 소소하지만 이런 여운들을 가슴에 자주 들여야 마음이 굳어지지 않는다. 교감은 세상을 지키기도 하지만. 경찰관의 지친 마을을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

 

경력은 처음이 있고 난 뒤에 생기는 단어다. 즉 사후적으로 생산되는 개념이다. 처음이 있어야 경력도 생기는 법, 누구에게나 처음은 단 한 번 주어진다. 그 처음을 열고 들어가지 못하면 다음은 없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을 생각보다 쉽다. 경력이 조금 더 수월하게 길을 터주기 때문이다.

 

나는 글로서 세상을 조금이나마 움직이는 법을 배웠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미약한 한 줄’, 그 한 줄이 보고서의 힘이다. 일개 정보관인 내가, 내가 쓴 보고서가, 세상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하지만 최소한 보고서를 쓸 때만큼은 그런 자부심으로 임했으니 거짓은 아니다.

 

공익신고 담당자인 B 반장의 별명은 법과 원칙 씨. 국민의 비난이나 원망이 두려운 게 아니라, 최소한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으로서 원칙과 소신을 바로 세워 일하겠다는 각오를 대변하는 별명이다. 대신 스스로에게는 물론 동료들에게도 엄격하다. 함께 근무하는 파트너가 공익신고를 당했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납부 하세요라고 말하는 위인이다. 법 집행에 있어서 예외란 누군가에게는 선의지만, 누군가를 제외한 모두에게는 악의가 된다.

 

인생은 적립식이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한 시간은 켜켜이 쌓여 그분의 인생을 돕는데 쓰인다. 선행은 닦은 만큼 쌓인다. 착한 일 해서 남 주냐고 하지만, 일부는 차곡차곡 쌓여 자신의 삶을 일으키는 데 쓰인다. '반듯이' 살면 '반드시' 복을 받기 마련이다.

 

때론 경찰도 동요한다. 딱한 사정,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연 등을 만날 때면 소리 없이 흔들린다. 어렵게 번 돈을 과태료로 내는 건 나 역시 안타깝다. 하지만 진심감경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린 판사가 아니라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이고, 뜨거운 진심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는 처지다. 냉정한 판단에 속상해할 분들도 있겠지만 경찰관의 진심을 통해 심리적 감경이라도 꼭 받고 가셨으면 좋겠다.

 

대통령도, 청장님도 안 무서운데 경찰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민원이다. 민원 응대에서 한 걸음 나아가 불만족을 표시한 사람들을 대할 대 경찰은 작아진다. 잘잘못을 떠나 민원인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 되는 분위기는 힘들다. 성과에 반영되지 않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민원에 시달릴 우려만 농후하다. 법대로 집행하고, 절차상 하자가 없는데도 늘 잘못은 경찰관 몫이다. 말 한마디, 눈빛 한 번 잘못 보낸 탓까지 고스란히 경찰관의 숙명으로 남는다.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가 있다. 일 년 동안 교통법규 위반을 하지 않은 운전자에게 매년 10점씩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제도다 신청일로부터 일 년 단위로 적립되는데 위반이 없으면 서양은 자동으로 갱신된다. , 서양 기간에 위반할 경우 위반일로부터 무효가 되고, 다음 날 다시 서약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열린 마음은 자동문과 같다. 새로운 기회, 행운이 언제든 찾아오면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반겨주면 될 일이다. 소통하는 과정에서 오는 실수에 관대한 문화야말로 조직을 건강하게, 행복하게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나는 여전히 나만의 폴리스 열정 아카데미를 찾아 헤매고 있다. 꿈이 있다면, 열정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간다. 가슴까지 반응하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