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거기서 죽어도 좋았다.』, (오롯이 나를 느끼게 해주는 그곳!) 조양곤, 스노우폭스북스, 2021

그루 터기 2022. 2. 13. 13:54

 

거기서 죽어도 좋았다., (오롯이 나를 느끼게 해주는 그곳!) 조양곤, 스노우폭스북스, 2021

 

대그룹에 근무하다 50에 조기은퇴를 하고 100개국을 여행한 작가가 쓴 책. 소개만으로도 궁금증과 더불어 부러움이 가슴 가득한 책이다. 저자는 세계여행에 대한 갈증으로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역사와 여행관련 책을 열심히 읽었다고 했습니다. 1년에 200권씩 5년에 1000권을 읽고 직장인을 대상으로 ‘1200권 독서법을 강의했다고 합니다. (나도 일 년에 400권 정도의 책을 읽고 있으니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좋은 일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66세의 나이에 회사에서 은퇴 한 나도 세계 여행을 꿈꾸고 있지만 코로나가 발목을 잡는다. 언젠가는 코로나가 끝나는 날에 마음먹은 세계여행을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저자처럼 외국어 공부와 여행관련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돈이 없고, 늙어서는 건강이 없다. 도대체 언제하고 싶은 일을 해야 맞는 걸까. 어쩌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나이와는 상관없는 일인 듯하다. 다만 그때, 그 나이에 맞게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이 있을 뿐. ‘가슴이 뜨거울 때, 하고 싶은 것을 하라.’ 내게는 미루지 말고 조금 부족하더라도 지금 시작해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라는 글이 가슴에 박힌다. 내가 요즈음 생각하는 일들이 모두 그렇다. 난 아직도 뭔가 모자란다 생각하고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 늦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고맙다. 지금 내가 놓치고 있는 바로 그것을 일깨워준다.

여행지 중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에 남는 여행지는 유명한 여행지가 아닌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한 노르웨이의 문달 책마을이다. 주민이 300여 명 뿐인 작은 마을에 무려 15만권이라는 책을 소장하고 있을까? 그 책의 숫자도 놀랍지만 동네 집 담장이나 호숫가에 있는 책장이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저자만큼이나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운명이 여행지일 것 같은데, 저자와 다른 게 있다면 아마 나는 거기에 있는 책 중에 읽을 수 있는 게 단 한권도 없지 않을까. 난 외국어를 제대로 하는 게 없기 때문이다.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혹시 한글로 된 책이 한 권이라도 있지 않을까? 요즘 우리나라의 위상을 생각하면 있을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해보게 한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깊이 있는 에세이로 생각했다가 책장을 휘리릭 넘기면서는 여행안내서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을 읽어갈수록 가슴에 파고드는 언어들이 다시 깊이 있는 에세이로 다가왔다. 그림책 같은 느낌의 에세이집 그러나 깊이가 느껴지는 글들이 다 읽고 나서도 아쉬움에 다시 읽어보기 시작한다. 오늘은 참 행복하다.

 

 

저자 소개

조양곤

25년간 하나금융그룹에서 근무하고 50세에 조기은퇴 후 인생의 꿈이었던 100여 개국 세계여행을 마쳤다. 방문해보고 싶었던 모든 곳을 찾아다니며 그곳에서 자연의 위대함에 뜨거운 감동을 느꼈고, 인생의 모든 해답이 오직 자신의 내면에 있다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 뜻 깊은 여정을 독자들과 소통하고자 〈〈거기서 죽어도 좋았다〉〉를 집필했다.

5년 동안 1,000여 권의 책을 읽은 독서광이자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1200권 독서법'의 강사이며 한국 독서연합회 회장을 역임했다

 

 

독서 메모

 

지적 욕구가 강한 사람일수록 책을 통해 꿈을 키우고, 때가 되었을 때 스스로 깨쳐 일어나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매일매일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며, 또다시 길을 나선다.

 

세상에 존재할 리 없을 것 같은, 그래서 오랫동안 상상 속에서만 그려왔던 대자연을 마주하기 위해, 난 사진 속 트레킹 현장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가파른 오르막을 걸어 올라야만 웅장한 피오르의 경관을 볼 수 있는 영광이 주어진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은 두려움에 익숙해지는 것이라는데, 처음 맞닥뜨린 절벽 바위의 아찔함에 두려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불연 듯 눈처럼 게으른 것이 없다는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 말이 절절히 다가왔다. () 앉은자리에서 모든 걸 판단하려는 의심 많은 나를 뒤로하고 뛰어들어 겪어봐야 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이 세상에 모험가로 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게으른 눈보다 부지런한 두 다리를 믿어볼 일이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은 멈춘 인생이다. 나는 움직이는 것이 좋다. 가만히 앉아서 맞이하는 별다를 것 없는 편안한 하루는 때론 영혼에 휴식을 주지만, 처음 가보는 길을 걸을 때 느껴지는 두근거림은 내가 살아 있는 존재임을 실감케 한다. 오직 를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 되어준다.

 

다시 걷기 시작한다. 시선은 정면을 보면서 턱은 당기고, 가슴을 앞으로 내밀면서 엉덩이는 위로, 배에 힘을 주고 발뒤꿈치가 땅에 먼저 닿게. 그렇게 걷고 있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ㅋㅋ 웃음이 난다. 아내가 같이 운동하면서 매일 나한테 하는 잔소리가 딱 이거다. 매일 듣던 이야기가 그대로 책에서 나오니 웃음이 날 수밖에. 하나 더 보태면 허리를 펴고.)

 

세상에나! 서쪽으로 해가 지고 동쪽에서 해가 뜨는 당연한 진리가 뒤집히는 순간이다. 해는 정말지지 않았고, 서쪽이 자연스레 동쪽으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불변의 진리라고 믿었던 것이 산산이 부서졌다. ‘도대체 무엇이 진리인가? 내가 알고 있는 지식, 상식, 경험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한동안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떠오른 해를 응시한다. 이제는 무언가를 안다고 주장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닐 수 있음을, 내가 아는 세상 너머에 다른 세상이 있을 수도 있음을 배운다. 100퍼센트라고 믿었던 것에도 예외가 있을 수 있음을, 확고부동한 지니 외에 또 다른 진리가 존재할 수도 있음을.

 

나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낭만적이라고 평가하는 쪽이다. 낮이고 밤이고 쉼 없이 달리는 철마는 시베리아의 광활한 평원을 보여준다. 침엽수 가득한 타이가 지대와 자작나무가 끝없이 펼쳐진 광야를 바라보고 있자면 차분하게 생각이 정리된다. 아는 사람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으니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고갱이 살던 시대와 지금 내가 사는 이 시대는 지독하리 만큼 닮아 있다. 사람을 만나기전, 누군가에게 듣게 된 그 사람 이야기는 선입견이 되기 쉽고, 한번 생겨버린 선입견은 그 사람을 평가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유명인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대중에게 고착된 이미지는 그리 쉽게 바뀌지 않을뿐더러, 그 이미지를 안고 평생을 가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죽어서도 많은 이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던 고갱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10년이 세월을 투자하면 인생의 승부를 걸만한 기회가 찾아온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이 고갱에게도 통용된 것이다.

 

자유, 사랑, 행복을 추구하며 평생을 살고, 그 가치가 집약된 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면 더 없이 행복한 마무리일 것이다. 자유롭게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그러다 흙으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 다가오면 이러한 곳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 (나도 이런 곳이 있을까? 조용히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지친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다. 진심을 담아 건네는, 작은 배려가 섞인 말 한마디라는 것을 끝없이 뻗은 길 위에서 깨닫는다. 내가 걷는 이 길에서, 사람들은 그렇게 서로에게 위로를 전한다. , 위로’!

 

길고도 먼 길을 홀로 걸으며 하지 말아야 했던 것했어야만 했던 것에 대한 회한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한낮에 파랬던 하늘이 시간이 지나며 석양빛으로 물들어가듯, 아내와 나도 함께한 시간만큼 서로에게 스며들며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 뜨거웠던 사랑은 세월 앞에 시들해지는 것이 아니라. 세월과 함께 농익어간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다.

 

어느 날 어머니가 마루에 앉아 엄지발톱이 두꺼워져서 잘 깎아지지 않는 구나하고 혼잣말을 하셨다. ‘왜 그럴까?’ 생각하면서도 무심결에 흘려듣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 후 마음의 준비도 할 겨를이 없이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침침해진 눈을 껌뻑이며 손톱깎이를 내려다본다. “엄마, 제가 깎아 드릴게요. .” 그 쉬운 말을 나는 제때 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네게 세상을 선물 했는데, 나는 고작 그 한마디를 못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소설을 쓰고자 한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립할 수 있는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혼자만의 공간을 가질 때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혼자 하는 여행을 즐기는 내게 혹자는 외롭지 않느냐고 묻는다. 외로움은 홀로 견뎌야 하는 아픔이지만 지금 내 안에 있는 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호젓한 해방감, 즉 고독이다. 자신의 내면을 온전히 들여다보며 고독을 즐길 줄 안다는 것은 행운이다. 고독을 즐길 줄 안다면 혼자 떠날 준비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여행은 고독을 위한 새로운 환경과 시간을 내어준다. 혼자 하는 고독한 여행은 뭐든 스스로 선택하기에 자유롭기도 하다.

 

나와 자연만이 존재하는 이 느낌. 그 느낌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지체 없이 차박을 준비했다.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모르니 말이다. 순간, 마음에 더없는 자유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인도 시인 타고르의 말이 마음을 때린다. ‘자신이 이 세상을 잘못 읽고서, 세상이 자신을 속였다고 말한다.’ 그래, 세상을 다시 잘 읽어보자. 생각은 신중하게, 실천은 과감하게. 세상에 깨지더라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홀로 서는 그날까지.

 

이미 일어난 일을 두고 가슴 졸일 필요는 없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결국 두려움도 선택이 아닐까?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일상의 쉼표다. 삶은 누군가와 부대끼는 것이고, 관계에서는 여러 가지 일이 파생되기 마련이다. 그것이 반복돼 쌓이다 보면 곪기 마련이고 결국 터질 것은 언제고 터지고야 만다. 그곳이 어디든, 무엇을 하든, 잠시 쉬어가야 한다. 그래야 내일을 건강하게 만날 수 있다. 쉼표는 결코 마침표가 아니다.

 

아버지의 꿈은 정년퇴직 후에 캠핑카를 타고 유럽 여행을 하는 것이었는데, 정년을 2년 앞둔 63세에 병을 얻었다고 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가슴이 뜨거울 때, 하고 싶을 것을 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세상을 떠난 그리운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살고 있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 글에서 나를 뒤돌아보게 된다.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하고 싶은 일을 왜 못하는가? 나도 우리 아버지처럼 고생만 하다가 떠나는 건 아닐까. 마음이 답답하고 또 답답하다. 이 바모 멍텅구리 그루터기야)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꿈을 이루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젊을 때는 돈이 없고, 늙어서는 건강이 없다. 도대체 언제하고 싶은 일을 해야 맞는 걸까. 어쩌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나이와는 상관없는 일인 듯하다. 다만 그때, 그 나이에 맞게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이 있을 뿐. ‘가슴이 뜨거울 때, 하고 싶은 것을 하라.’ 내게는 미루지 말고 조금 부족하더라도 지금 시작해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자연의 광활함과 아름다움, 곳곳에서 마주친 여행자들의 미소와 현지인들의 친절을 추억하자니 아직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열망이 꿈틀거린다. 가슴이 뜨거울 때 떠나야 하는 이유다.

 

만일 누군가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하게 대답한 것이다. ‘아니요라고, 나는 지금 참으로 행복하다.

 

자연의 일부가 된 책장이 내게 인사를 건넨다. 심장이 제멋대로 두근거려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러자 책장이 다시 이야기를 한다. ‘여기에 앉아봐, 너의 이야기를 볼 수 있게.’ 그렇게 책장 옆 벤치에 앉아 나도 자연의 일부가 된다.

 

세계여행에 대한 갈증은 역사책과 여행기를 탐독하게 했고, 외국어 공부에 매진하게 했다. ‘1년에 200권 읽기에 도전한 결과 5년 만에 1,000권의 책을 독파했고 역사와 지리 등 인문학에 눈이 틔자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세상을 보는 안목이 높아지면서 직장생활도 술술 잘 풀렸고, 작심했던 50게 조기은퇴를 맞이할 수 있었다. 독서가 나를 성장시킨 것이다.

 

 

여행은 또 한 번의 삶이다. 그렇기에 떠나는 것에 늦은 나이란 없다. 아직 뜨거울 때 숨겨진 내면의 영혼을 찾을 그곳으로 가라.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나이와 상관없는 일이다. 자연의 광활함과 아름다움, 곳곳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미소는 아직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열망을 불어 넣는다. 떠남으로, 내가 보이고 우리가 보이며 지나온 삶과 남아 있는 인생은 더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다. 떠나는 것에 늦은 나이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