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기다림의 힘』, 오구라히로시, 부키, 2014

그루 터기 2022. 3. 27. 15:40

기다림의 힘, 오구라히로시, 부키, 2014

 

이렇게 단순명쾌한 논리 하나로 책을 끝까지 쓴 것도 신기하다. 단 하나의 논리가 내가 하는게 빨라를 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예를 든 A형에 속하는 사람이다. ‘애이! 내가 하는 게 빨라.’ 이런 생각을 마지막 퇴직할 때까지 가지고 있던 사람이다. 옆자리에 옆자리에 앉은 상무는 엑셀이나 워드 등 업무처리가 쉽지 않아 여직원들에게 항상 맡기는데, 나는 내 보다 엑셀, 워드를 더 잘하는 직원 있으면 말해봐!’ 하면서 모든 서류도 내가 모두 작성했다. 사실 설명하는 시간에 내가 하면 빠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게 좋은 게 아니란다. 사실 현역에 있을 때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하는 게 빠르고 편해서 내가 직접 다 했었다. 심지어 퇴직하고도 만들어 준 경우도 있었다. ㅠㅠ 그 버릇 정말 고치기 힘 든다.

이 책을 조금 일찍 읽어보고 실천했더라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지만 먼저 읽어 봤더라고 과연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는 아직도 의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런 나를 더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아내다. 집안일에 똑 같이 A처럼 행동한다. 나는 도와주고 싶어 자꾸 이야기 하는데 손도 못대게 한다. 나와 아내를 생각하면 그냥 웃음이 난다. 그래서 천생연분이라고 하는가?

 

 

 

저자 소개

오구라 히로시

오구라 히로시는 일본의 젊은 비즈니스맨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리더십 전문가이자 경영 컨설턴트이다. 1965년 일본 니가타에서 태어나 아오야마학원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했고, 주식회사 리쿠르트에 입사하여 기획실과 편집부를 거쳐 조직인사 컨설팅 부서의 과장을 지냈다. 이 시기에 온갖 일을 혼자 짊어지고 완벽하게 해내려다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은 그는,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것보다 부하 직원에게 제대로 일을 맡기고 키우는 과정의 중요함을 깨닫고 이 책을 펴냈다. 200338살의 나이로 주식회사 페이스홀딩 및 페이스총연의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그 후로 리더십 컨설팅 및 강연 활동을 하며 저술에도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서른과 마흔 사이』 『상사는 부하보다 먼저 바지를 벗어라』 『맡기는 기술등이 있다.

 

역자 소개

역자 정현옥은 서경대학교에서 일문학을 전공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국제관광전문학교 호텔학과를 졸업했다. 바른번역 아카데미에서 일본어 번역가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서 도서 기획 및 번역에 힘쓰고 있다. 힐튼 나리타, 리저스 코리아 등에서 근무했으며 언어문화 봉사 단체인 BBB Korea, Joinus Korea의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독서 메모

 

내가 하는 게 빠르다는 생각을 극복한 시점이야말로 훌륭한 리더로 발돋움할 시기입니다. 동료들과 협력하여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는 인재를 회사에서 가만히 둘 리가 없거든요. 자연스레 승진하거나 급여가 올라갈 것입니다.

 

직접 모든 일을 처리하려고 하면 일은 점점 불어만 가고 결국 당신이 모두 감당해야 합니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쉬는 날에도 출근해야 합니다. 가족에게는 또 일이야?”라는 핀잔을 듣고 친구와 술자리도 갖지 못하다가 서서히 잊히는 존재가 됩니다. 하지만 일을 적절히 나누고, 인내심을 갖고 부하 직원의 업무력을 키우면 여가 시간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생기지요.

 

차라리 내가 하는 게 편하지.’ 하는 생각을 내려놓고 기다림의 여유를 갖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도중에 포기하고 싶은 시기도 닥치겠지요.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단 1분만이라도 기다릴 줄 알게 된다면 일에 임하는 자세가 개선되고 인간관계도 나아지며 나아가 삶까지 달라지리라 확신합니다.

 

성격이 급해 직접 일을 다 해치우려는 사람은 일을 혼자 떠안는다. 자연스레 동료들보다 일의 양도 압도적으로 많아진다. 며칠씩 회사에서 밤을 새고 주말에도 일만 하면 육체적으로 건강을 해칠 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 (내가 직장을 다닐 때 그렇게 했다. 늦게까지 남거나 주말에 근무하는 첫 번째 직원이었다.)

 

나는 햇병아리 사장 시절, 정신없이 동분서주하다가 모 기업의 대표로부터 따끔하게 충고를 들은 적이 있다. “뭐야, 자네는 아직도 현장에서 뛰나? 혼자 하는 게 빠를 것 같지? 그건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네. 방식을 바꾸는 게 좋을 걸세.” 솔직히 나는 처음에 그 사람을 무시했고, 레벨은 같아도 노는 물이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프로라서 혼자 다 하는데 이 사람은 감당을 못하니까 사원들을 마구 부려 먹는군. 구닥다리 리더.’라고 착각한 것이다. () 그러나 실제로는 이 사람이 한 수 위였다. 시대가 어떻게 변하든 사람을 현명하게 부리고 성장시키는 과정은 필수 요건이며 그 가치는 점점 높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런 진리를 모르고 오만했다. 내가 오히려 구닥다리였던 것이다.

 

내가 하는 게 빨라라는 자세로 업무를 계속하면 일을 통해 얻은 지식이나 노하우는 모두 당신의 머리와 몸에 흡수된다. 얼핏 이 현상이 바람직하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바꾸어 말하면 당신 외에는 아무도 지식이나 노하우를 습득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습관을 끌어안은 채 일을 계속 하면 언젠가 한계에 부딪친다. 당신 혼자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더 이상의 일은 주어지지 않는다. 당신의 능력은 더욱 높아지고 조금씩 책임지는 범위도 넓어질지 모르지만 분명 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에 반해 동료를 움직이는 힘을 기르면 그 범위는 무한대로 팽창한다. 함께 일을 함으로써 주위 사람들도 노하우나 기량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

 

장애인들을 돕기 이해서는 기부보다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으며, 일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행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일하고 싶고, 사회의 일원으로 제 역할을 다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내가 하는게 빨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간단히 말해 모두 자기중심적이다. 이들의 사고 회로는 일을 잘 해서 인정받고 싶고 결과를 도출해서 보수를 많이 받고 싶은 쪽으로만 작동한다. 이런 사람들이 얻는 행복은 가벼워서 가슴 벅찬 충만감을 느끼지 못한다.

 

아이를 향한 엄마의 애정에도 비슷한 면이 있다. 엄마는 아이를 사랑한다면서 결국 자기애를 확인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아이를 꾸짖는 것이다. 육아라는 표현을 빌려 마음 내키는 대로 교육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이렇듯 처음에는 누구든 미숙하다. 완전한 인격체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어ᄍᅠᆷᅟᅧᆫ 죽을 때까지 성숙한 자신을 만나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자신이 미숙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씩이라도 성장해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자신이 부족한 존재임을 인정할수록 성장할 기회가 무궁무진한 반면 잘났다고 자부할수록 성장은 멀리 날아가 버린다. 이럴 때일수록 겸허해야 한다.

 

내가 근무하던 직장에서 임원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내게 부여된 임무는 영업 부문을 강화하는 일이었다. 그 업계에서는 관례상 우수한 사원을 개발 부문에 배치하는 반면 영업부는 업무 실적이 저조한 직원들의 집합소에 가까웠다.() 나는 신입 파견사원을 세 명 영입했고, 아마추어 집단이었지만 철저한 교육을 거쳐 그 가운데 한 명을 겨우 3개월 만에 과장으로 승진시켰다. 처음부터 그를 과장으로 키울 계산이었다.

 

사람은 지위에 맞게 성장하는 법이다. ‘저 녀석은 아직 미숙하니까 일을 못 맡기겠다.’ ‘저 녀석은 일처리 속도가 느리니 기다릴 수 없을 것 같다.’라고 주저하면 영원히 제자리에 머물 것이다. 불가능한 시점이었어도 맡겼으니 성공하는 것이다. -본문 136

 

부하직원에게 일을 맡긴다는 것은 부하 직원을 신뢰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고 싶은 말은 많겟지만 그 순간들을 참아 내야 한다. 그런데 취조적인 면담까지 가세하면 부하 직원의 속내를 읽어 내기는 더욱 어렵다. 상담을 하고 싶어도 믿지 못하는 상사에게 상담할 마음이 생길 리 없으니 혼자 삭이지 않겠나. 결국 부하 직원들은 면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 기다릴 뿐이다.

 

인간으로서 성장한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바꾸어 가지 않으면 절대로 상위 등급으로 오를 수 없다. 그곳에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궁극의 행복이 기다린다.

 

내가 하는 게 빨라라는 착각은 프레임 오류와 같은 경우다. 파란 렌즈의 안경을 끼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일에 지산만 정당하게 보인다. 일단 그렇게 믿어 버리면 좀체 헤어나지 못한다.

 

멘토란 모드 각도에서 사물을 보는 사람이다. 여러 각도에서 보는 법을 가르쳐 준다. 멘토가 없으면 늘 같은 각도에서 사물을 보기 때문에 아무리 풍부한 경험을 쌓는다 해도 인생의 밑거름이 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멘토라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겸손하지 못했고 나를 바로 알지 못했다. 남의 단점을 발견하거나 부족한 점을 보면 나보다 못한 족속이니 멘토라 하기 싫다는 사치스러운 감정을 품었다. 그러다가 멘토가 필요하다고 자각한 순간 멘토 찾기를 나의 목표로 정해 놓고 적극적으로 찾아다녔다. 완벽한 인간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 역시 완벽하지 않으면서 완벽한 멘토를 찾으려 한들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고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그것을 납득하지 못한 나는 여전히 그릇이 작은 인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