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굿나잇』, 박근호, 히읏, 2022

그루 터기 2022. 4. 18. 05:06

굿나잇, 박근호, 히읏, 2022

 

지독히도 잠 못 드는 지인이 있습니다. 자정이 넘어가면 걱정하기 시작하여 거의 새벽이 되어야 잠에 드는 사람입니다. 그러다보니 늦게 일어나고, 피로도 풀리지 않은 날이 반복됩니다. 옆에서 볼 때 낮에 많이 다니고, 운동도하고, 가능한 일찍 일어나면 당연히 일찍 잠을 잘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잔소리도 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매번 같은 사이클로 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작가님도 일찍 잠을 잘 수가 없어 밤을 꼬박 새는 날이 많다고 합니다. 참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지인은 낮에도 집밖으로 잘 나오지 않다보니, 체력관리도 안되고, 식욕도 떨어지고, 잠도 들지 않아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 공황장애도 찾아왔습니다. 안타깝지만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지인도 작가님처럼 잘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자 소개

박근호

새벽을 좋아하는 사람. 나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위한 책을 쓰면서 살고 있다. 하지 못한 말을 마음에 담고 사는 사람에 관해 쓴 책을 시작으로 이별, 행복, 상실과 깨달음에 관해 책을 펴냈다. 문득 나처럼 잘 못 자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서 이 책을 쓰게 됐다.

 

독서 메모

 

제가 남들보다 조금 더 예민하고 조금 더 행복해지고 싶고 조금 더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던 게 이유였습니다. 불면증을 십 년 넘게 앓으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쉽게 잠들지 못하는 건 마음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거였습니다.” 마음(사람의 생각, 감정, 기억 따위가 생기거나 자리 잡는 공간이나 위치) 우울증, 불면증을 이야기할 때 저자들이 사용하는 마음이 무엇인가 반문한다. 저자가 말하는 마음은 무엇이고 어디에 존재하는가? , 심장, 영혼, 아니면 더욱 추상적인 것인가? 마음은 그냥 뇌다. 뇌에서 조절하는 호르몬과 신경 물질이 우리는 행복하게도 슬프게도 한다.

 

진짜 내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줘도 되는 사람. 그런 사람을 껴안고 누워있을 때면 아무런 걱정도 고민도 불안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을 껴안고 있을 때면 그렇게 잠이 잘 왔다. 어쩌면 최고의 불면증 치료제는 사랑하는 사람이 체온일지도 모른다.

 

마음이 아파서 병원을 찾아갔을 때 대부분 하는 이야기가 비슷하다.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으 자주 하고 햇빛 많이 보세요.” 햇빛을 많이 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 때문이다.

 

어쩌면 자기 자신을 미워한다는 건 자기 자신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흔히 자기 자신을 믿어주는 것의 시작은 스스로를 칭찬하고 예뻐해 주는 거라는 말을 하고는 한다. 하지만 내가 나를 믿어주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닐까. 난 잘할 거야, 난 최고야라고 스스로를 쓰다듬는 게 아니라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부족하고 때로는 잘 못 할지라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거. 그게 자신을 믿어주는 방법의 시작이 아닐까. 못해도 괜찮다. 실수해도 괜찮다. 그것 좀 안 되면 어때서?

 

하지만 당신은 알았으면 한다. 예고도 없이 비가 엄청 많이 내렸기 때문에 무지개가 뜬 거라는 걸. 옷을 몇 겹 껴입어도 몸이 시릴 만큼 추웠기 때문에 함박눈이 내렸다는 걸. 힘들 땐 힘든 게 영원할 것 같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지개는 비가 와야 뜬다는 걸. 슬프고 힘든 일이 일어나야 우리에게 아름다운 일도 찾아온다는 걸.

 

어느 날 작업실에서 친구가 평소에 안 먹던 약을 챙겨 먹길래 무슨 약인지 물어봤던 적이 있다. 친구는 아, 몰라, 여자 친구가 챙겨 먹으라면서 사줬다는 불평 섞인 말을 늘어놓았는데 말과는 다르게 눈은 웃고 있었다. (아내가 사준 약을 먹으며 매번 먹기 싫다고 불평을 한다. 그러면서 또 열심히 먹고 있다. ㅋㅋ)

 

내일도 오늘과 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모레도 오늘과 비슷할 것이다. 일상은 반복되고 나는 점점 더 그런 일상의 무료함에 익숙해지겠지. 그래도 낭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싶다. 이별한 친구가 있으면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축하해줄 일이 있으면 어깨동무하고 길거리를 걷고 싶다. 밤바다가 보고 싶다는 이유로 기차에 올라타고 싶다. 너무 어두워서 바다가 제대로 보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낭만 있게 살자. 낭만만은 잃지 말자.

(낭만이라는 단어를 잊고 산지가 얼마인가? 애들이 커가기 시작하면서 생활에 쪼들리게 되고, 사업을 그만두고 나서 직장생활에서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정이 돌아가는 수많은 프로젝트와 출장 때문에 낭만이라는 단어를 잊고 살았다. 지금 이 순간 낭만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어떤 일이 떠오를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직도 나는 낭만이라는 단어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말 좋은 친구가 되어 주고 싶은 사람에게는 힘ㄷㄹ 때도 옆에 있어 주고 잘 됐을 때도 순수하게 축하해주고 싶다. 친구의 불행에 기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불행에 같이 슬퍼하고 기쁜 일에 같이 기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버스도 지하철도 모두 끊긴 시간이라 당신이 택시를 탔던 날, 그 택시 번호판을 너무 열심히 외워버린 나머지 지금까지도 문득 기억이 나버리는 것. 모든 건 다 밤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어쩌면 어둡고 캄캄한 밤만큼 기어지기 좋은 시간도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상하게 그때 밥을 먹으면 자꾸 이 세상에 없는 아빠가 생각이 난다. 내가 끼니는 잘 챙겨 먹고 다니는지 제일 궁금해 했던 사람. 자다가도 일어나서 저녁을 차려주던 사람. 뭐가 그렇게 바쁘다고 저녁도 챙겨 먹지 못하고 일을 하다가, 텅 빈 거실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면 자꾸 아빠 목소리가 들린다.

 

누군가에게 나 이런 것 때문에 슬퍼,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도저히 생기지 않는 밤. 나 말고는 달도 별도 모두 평온하게 잠든 것 같은 밤. 도무지 어쩔 수 없는 기억과 아픔이 나를 삼킬 때면 방안에서, 차 안에서, 거실에서 슬픈 노래하나 크게 틀어놓고 운다. 그냥 우는 게 아니라 편하게 운다. 세상이 떠날 것처럼 크게. 그러고 나면 조금은 속이 시원해진다.

 

난 연인 사이에서로 얼마나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다른 점을 서로 잘 극복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분명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맞춰가야 하는 일이 쌓이고 쌓여 있다. 하지만 반대로 절대 맞춰갈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그 사람이 오랜 시간 쌓아온 습관이나 아무리 바꾸려고 해도 잘 바뀌지 않는 본래의 기질 같은 것이 그렇다. 그런 순간이 찾아 왔을 때 필요한 자세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많은 사람이 무언가를 배우는 데 자신이 번 존을 사용하고 스스로의 취향을 알아가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앞으로도 마음 아픈 일은 여전히 일어날 것이고 난 또 나를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나만의 영역을 만들 것이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굳게 문을 닫겠지. 그러다 또 나도 모르게 어떤 사람한테는 그 문을 활짝 열겠지.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 자꾸 네 앞에서는 솔직해지네. 어쩌면 이 말은 당신이라는 존재가 나한테 꽤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뜻할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내가 그때 괴로웠던 건 이미 내 사람이 아닌 당신을 붙잡고 있어서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이미 나를 버렸는데 말이다. 잘 이별해야 다시 사랑할 수 있는 건데 그땐 그걸 몰랐던 거고.

 

발인을 막 끝냈을 때였습니다. 누나가 저한테 그런 말을 했었습니다. 자기는 오래오래 살 거랍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게 이렇게 힘든데 저한테 이런 일을 또 시킬 수 없다면서요. 자신이 제일 늦게까지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들 다 떠나보내고 마지막에 떠날 거랍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부터는 삶의 이유가 생겼습니다. 하나뿐인 나의 가족, 누나보다 늦게 세상을 떠나는 겁니다. 어떤 이유로 살아가는 거냐는 질문에 다시 대답합니다. 그때 들은 한마디 때문에 지금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살아. 남들보다 좀 더 가졌다고 우쭐하지 말고 남들보다 좀 없다고 기죽지 말고 그냥 당당하게 살면 되는 거야.

 

오늘 하루가 이대로 끝나는 게 아쉬워서 조금 늦게 자더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지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자려고 누웠을 때 잠이 오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오늘 하루 속에서 나를 위한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나를 위한 시간이 어느 정도 채워져야 하루를 잘 보냈다는 느낌도 들고 잠도 오는 걸 텐데 잠이 오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는 건 내가 그만큼 열심히 했다는 뜻이었다는 걸. 이제 막 시작했는데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 게 아니라 목적지 근처까지 최선을 다해서 달려왔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드는 거라는 걸. 가볍게 시작했던 게 나 자신과의 싸움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걸, 디사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면 그동안 열심히 했다며 나를 다독여볼까 한다.

 

사랑하면 상대방의 취향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일이 없다. 왜 그런 걸 좋아하냐고 말하는 일 없이 그저 그 사람의 취향을 나도 좋아하게 되거나 좋아하지 않더라도 고개를 끄덕여준다.

 

(누군가가 불만을 이야기 했을 때 그걸 해소하는 첫 번째는) 경청이었다. 상대방의 말을 자르거나 끼어들지 않고 끝까지 다 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떤 말을 하고 싶더라도 꼭 끝까지 다 듣고 나서 그제야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그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던 건 생각보다 누군가의 말을 경청한다는 게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나도 아직 누군가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게 잘은 안 되지만 듣기 위한 기본거인 행동들을 한 후에 한 가지가 더해진다면 조금 더 경청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한 가지는 상대방의 이야기가 다 끝나고 적절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그때 어땠어? 그 뒤에는 어땠어?

 

후각을 이용해서 기억을 저장하는 방식은 청각이나 시각과 달리 기억과 감정을 정리하는 뇌 영역에 밀접해 있기 때문에 어떤 냄새를 맡으면 어떤 기억이 되살아난다고 한다. 정말 좋은 순간이 있다면 그때 냄새를 깊게 맡는 것도 좋겠다. 먼 훗날 내 삶이 최악이라고 느껴지는 날 문득 행복했던 그때가 떠오르게끔.

 

우리 삶에도 소나기 같은 일은 매일 일어납니다. 소나기에 젖지 않기 위해서 우산을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건 비를 막아줄 우산이 아니라 비가 오더라도 옆에서 함께 웃어줄 사람이 아닐까요. 그런 사람 한 명 있다면 인생이라는 산책도 그다지 두려운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종종 합니다. 도대체 열심히 한다는 말에서 열심히는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열심히 한다고 표현하고 어떤 일을 해야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저 역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 수 없어서 하루를 꽉 채우는 것이 열심히 사는 거로 생각했었습니다.

 

내가 지금 어떤 걸 할 수 있지?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자리에서 그 생각들을 떨어트려 보는 겁니다. 그러고 나면 무언가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회의감이 드는 순간 떠오르는 것을 꾸준히 하는 게 열심히 산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