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안녕 꽃』, 정자선, 대상, 2012

그루 터기 2022. 11. 30. 22:26

안녕 꽃, 정자선, 대상, 2012

 

십팔번이라는 시를 읽으며 오늘의 우리 세대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아프다. 우리 친구들 중에도 대부분 은퇴하여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개인적으로 사업을 하거나 전문직 종사자 들이다 은퇴한 친구들 중에는 십팔번에 나오는 아버지처럼 집에 아무도 없어요라고 하는 친구들이 있다. 아니 나도 그런 사람중에 하나가 아닐까 걱정이 된다. 2의 인생을 멋지게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수입이 없는 백수로서는 노력한다고 다되지 않는 것 같다. 슬프지만 슬픔만 느낄 수 없는 시. 옛날에는 우리아버지의 이야기이고 지금은 나의 이야기......

한 편 한 편의 시가 마음을 우울하게 만든다. 견뎌낸 시간이 얼마인데 다시 또 슬퍼만 할 것인가.

 

 

저자소개

정자선

청년 시절 고민 많았던 정자선 시인이 1991세계의 문학에 시 깡마른 남자등을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21년 만에 첫시집 안녕꽃을 냈다. 그의 시는 그를 닮아, 쓸쓸하고 외롭고 아프다. 그가 노래하는 사랑은 여리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들과 늘 새롭게 만나고 새롭게 이별한다. 그는 국화, 바다, 담쟁이넝쿨, , 개구리, 딱따구리, 똥 등과도 안녕! 하고 인사를 나누는, 선천적으로 예민하고 다정다감한 시인이다. 그의 시는 미끄럽고 그의 발걸음처럼 빠르다. 시의 행간을 오버랩시키며 의식을 쫓는 그의 시에는, 남도 사람 특유의 가락이 살아있어, 시 읽는 사람을 급히 시의 세계로 몰입시켜 버린다.

 

 

독서 메모

 

 

십팔번

 

우울할 때, 부르는 당신의 십팔번은 무엇인가요?

타박타박, 낙타처럼 정처없는 당신이여

주막집 아에서 쓸쓸한 당신이여

 

죽었다는 소식도 없이 옆집 개는 돌아오지 않고

아버지는 회사를 그만두고 일찍 잠들지 못하고

 

누가 부르면 집에 아무도 없어요 대답하는 아버지

객지에서 망치로 못을 박으며 살아온 인생 벽에 허름하게 걸린 바지

 

 

…… 어떤 노래를 부르시겠어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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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죽을 힘을 다해

느리게, 늦더라도 네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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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꽃

너는 웃고만 있었다. 내가 낡은 자건거를 타고 지날 때마다 너는 웃고만 있었다.

흔들리는 꽃 앞에서 나는 흔들렸다. 여린 버들가지 첫사랑은 더 자라지 못하고

조용히 끝이 났다. 스물여섯 제대병은 흔들렸다. 너무 녹슬어 못 타게 된 자전거는 고물상으로 갔고

고장 나 것처럼 나는 아무 일도 못했다. 그런 날이면 나는 또 강둑에 갔다.

아무 꽃이나 다 웃고 있었다. 나는 아무도 살지 않는 곳에서 아무 이름이나 부렀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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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그 쓴맛

 

첫눈 오는 날

눈 속에서 새는

 

먹이를 먹지 못해

울지 않았고

 

나는 겨우내

 

일을 못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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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

 

저는 지금 없습니다.

저는 지금 바쁘다니까요

저는 지금 이 세상에 없습니다.

찾지 마세요

저는 지금 바쁘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