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보고 싶다는 말처럼 아픈 말은 없다, 최인숙, 매직하우스, 2015

그루 터기 2022. 12. 13. 11:07

 

 

보고 싶다는 말처럼 아픈 말은 없다, 최인숙, 매직하우스, 2015

 

짧으면서도 임팩트가 있는 시. 그런 시들로 이루어진 시집이다.

짧고 간결하면서도 쉬운 시들로 가득한 시집이 읽는 내내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일단은 한 번 읽어보고, 맘에 드는 곳은 또 읽어보고, 필사를 할까? 캘리를 할까 고민도하고,

그래 패러디도 한 번 해보자...

시집을 덮었다가 펴기를 반복하며 행복한 시간을 만끽합니다.

 

 

저자 소개

최인숙

최인숙 시집. 최인숙은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일주일에 두세 편씩 시를 발표하는 시인이다. 엄청난 양의 시를 블로그를 통해 발표했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고 있다.

 

 

독서 메모

 

지나가던 바람이

 

창문을 열어 놓았다.

 

가슴을 열어 놓았다.

 

지나가던 바람이

너를 데리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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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인 줄 모르고

 

꽃이 피어서

좋은 줄 알았다.

 

커피가 향기로워서

좋은 줄 알았다.

 

너 때문인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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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냐고 묻지 않는다

 

떠나는 사람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묻지 않는다.

 

돌아올 사람이니까.

 

반드시 와야 할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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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말

 

'보고 싶다'는 말처럼

아픈 말은 없다.

 

불쑥 튀어나와

일상을 헤집어 놓는 말.

 

자꾸 기다려지는

그리움이 눈물 흘리게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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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1

 

이젠

보낼 것이 없다.

 

가슴 가득 담긴 봄

네가 올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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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이해해

 

나뭇잎이 붉어지는 것은

당신 때문이에요.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도

당신 때문이고요.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은

나 때문일걸요.

 

가벼워지고 싶어 하는 당신을

이해한다는 몸짓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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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일

 

당신은

가끔 생각하고

가끔 연락하고

아주 가끔

나를 기다리지요.

 

그걸 알면서도

나는 매일 기다려요.

 

약이 올라도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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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떨어질 때

 

사랑이

날아다녀요.

 

너무 아는 척해도 안 되고

모르는 척할 수도 없고

 

사랑은 사랑이라서

삐치기도 잘하고

얼굴도 잘 붉히고

 

사랑을 말할 때마다

왜 이렇게 사랑은 멀어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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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눈에 가득한 나

 

좋아하는데

크고 작은 것이

무슨 소용 있나요.

 

당신 눈에 가득한 나

그것만 있으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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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생각만 하면

 

바람 불면

꽃처럼 두근거리는 것이 있을까.

 

꽃이 피면

나비만큼 설레는 것이 또 있을까.

 

네 생각만 하면

모두 꽃처럼

모두 나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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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부터 비가 내린다

 

나는

처음이라 우기고

 

너는

마지막이라 잘라 말한다.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서

너와 나의 그리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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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커피

 

꽃이 참 예쁘다

 

커피 향이 참 좋다.

 

내가 좋아하는 너처럼

네가 좋아할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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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는 바람 소리였는지

누군가의 입속말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언젠가 그대가 속삭였던 사랑이었을까요?

오늘을 사는 모두에게 하지 못했던 말은 대신 전합니다.

 

여러 겹의 시간이 지나갑니다.

최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