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나의 도반 통풍

이번 달의 통풍 진료 - 해이해진 마음을 다잡아야 겠다.

그루 터기 2022. 7. 13. 09:26

 

 

 

3개월마다 한 번씩 가던 병원을 이번에는 거의 5개월 만에 가게 되었다.

당연히 3개월에 한 번씩 가야하는데 왜 5개월일까?

 

우선 지난번 3개월에 한 번 가야하는데 2개월 만에 통증이 찾아와 한 달 일찍 갔었고, 그 때 처방받은 3개월 치 약과 남아 있던 한 달 치 약, 그리고 그 전부터 조금 남아 있던 약, 중간에 속상해서(?) 약을 조금 건넜던 기간까지 합하니 5개월 지난 어제 딱 한 알의 약이 남아 있었다.

 

다른 날은 지하철을 이용해 10여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차를 몰고 갔다. 비슷한 시간인 시작시간 15분 전 쯤에 도착했다.

오마이 깟!” 그런데 벌써 20여명의 대기자가 준비 중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시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올 걸 생각하다가 먼저 와서 기다리나 늦게 와서 기다리나 비슷하지 않을까 자위해 본다.

여느 때처럼 접수하고 몇 분 만에 혈액을 채취했다. 근무하시는 분이나 환자분들이 전부 피를 뽑는다.’고 표현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왠지 듣기가 어색하다. 피를 뽑는다는 표현이 다양한 뜻으로 사용되다보니 괜히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해서다. 혈액검사는 기본으로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앞쪽에 대기하는 분들이 있으면 대기 시간도 필요하다.

지난번에도 한 시간 반 정도 대기 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도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나쁜 예감은 항상 맞아떨어진 슬픈 현실 ㅠㅠ)

 

기다리는 동안 먼저 혈압을 체크했다. 이 시간이면 항상 긴장이 된다. 나의 혈압은 10여년 째 고혈압 경계혈압이다. 좋게 말해서 경계혈압이지 사실은 고혈압이다. 건강검진이나 진료 시 마다. 몇 번씩 다시 혈압을 측정해야 고혈압의 범위를 간신히 벗어날 정도이거나 심지어 다음에 재검하러 오라고 할 정도였다.( 다시 재검하러 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여기 통풍 진료를 받으러 올 때마다 꼭 몇 번씩 측정하여 가장 낮은 수치가 프린트 된 것을 제출하곤 했었다.

 

오늘도 기계와 머리싸움을 하면서 혈압을 측정했다. 가능하면 느슨하게, 가능하면 자세를 낮춰서 등등 잔머리를 굴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혈압이 아주 정상으로 나왔다. 최고혈압 120mmHg에 최저혈압 76mmHg. 아니 어찌 이런 일이? 고개를 가우뚱하면서 직원에게 제출하면서 이야기 했더니 아래쪽 그라프가 정상이란다. 한 번도 그라프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하여튼 정상이란다. 기다리는 내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10여년 전부터 지난번 병원 방문 때까지 항상 높게만 나타났던 혈압이 이렇게 낮아질 수도 있는 것일까?

30여분이 지난 뒤에 다시 한 번 측정을 해봤다. 이번에는 기계와 머리싸움에서 가능하면 높게 나올 수 있도록 잔머리를 굴렸다. 그런데도 최고혈압 127mmHg, 최저혈압 81mmHg. 물론 아주 낮은 쪽 정상은 아니고 높은 쪽 정상이지만 이게 얼마만인가? 도대체 뭐가 달라진 것일까? 좋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한 시간 30분 이상 기다림 끝에 진료 시간이 찾아왔다.

여느 때 처럼 비슷한 이야기가 오가고 혈액속에 염증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고지혈증이나 간이나 다른 장기의 기능에도 이상 소견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산 수치가 조금 높아졌다. 항상 3.2~3.7mmg/dL로 관리되던 요산이 이번에는 5.6mmg/dL 이다. 물론 통풍환자의 요산수치는 6mmg/dL로 관리하는 게 목표이므로 잘 관리가 되고 있는 편이라고 말씀은 하셨지만 뭔가 해명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이실 직고를 했다.

요즈음 살이 빠져서 식사도 조금 많이 하고, 음식도 가리지 않고 먹었습니다. 근육이 많이 빠져서 단백질이 많은 고기종류도 좀 먹었습니다. 그리고 소주도 자주는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소주 반병 정도 먹었습니다.” 원칙적으로 통풍환자는 알코올을 섭치하면 안되지만 세상 살아가면서 전혀 먹지 않고 어떻게 지냅니까?”라고 선생님이 저의 편을 들어 주신다.

 

말씀은 하시지 않으셨지만 얼른 이런 말이 떠올랐다. ‘먹지 말라고 안 먹을 사람도 아니고, 알아서 잘 하니, 요산수치가 더 올라가지 않도록 조심해라요산 관리가 안 되면 현재 먹는 페브릭 40mg80mg으로 올려서 처방할 수 있으니 두고 보겠다.’는 말.

괜히 죄송스럽고, 죄인처럼 고개를 들기가 어색하다.

 

도리켜 보니 최근에 몇 번 약 먹는 것도 빠트리고, 친구들 만나서 소주 몇 잔 마시기도 하고, 안주도 가리지 않고 먹었던 것 같다. 그래도 4mmg 대에 들어갔으면 했는데 욕심이 너무 과한 것 같다.

아니 나에게 보내는 경고같다.

한식아! 너 맘대로 먹으면 언제든지 또 고생한다.’

 

병원 문을 나서며

조금 더 철저한 관리를 다짐한다.

아침을 먹지 않아서 배가 고프다. 같은 건물에 있는 골목빵집으로 소개된 작은 빵집에서 몇 개의 빵을 샀다. 친구집에 가는 길에 선물로 가져갈 빵과 공복의 배고픔을 해소할 한 개의 빵까지...

 

운전하면서 먹는 빵이 맛있다. 별다방 커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