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말하고 나는 쓴다.』, 이유진, 다른길, 2021 10년 전 충청도의 한 농협에 설비를 놓았을 때 핵심 설비를 일본의 기계로 설치했었다.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설비의 설치와 AS는 당연히 일본 기술자가 와서 했고, 그 기술자는 지독한 아토피 환자였다. 처음 인천공항에서 그 분을 만나 충주로 이동하면서 혹시나 전염이 되는 피부병이 아닐까 조바심이 났었다. 사전에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으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았을 텐데. 현장에 도착해서 통역을 통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나마 의심하고 걱정했던 일들이 미안한 마음과 안타까움으로 변했다. 하지만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그저 바라보는 것 뿐이었다. 며칠간의 설비조정기간 내내 대화도 거의 없이(일본어를 잘하는 사람도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