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506

『몸이 말하고 나는 쓴다.』, 이유진, 다른길, 2021

『몸이 말하고 나는 쓴다.』, 이유진, 다른길, 2021 10년 전 충청도의 한 농협에 설비를 놓았을 때 핵심 설비를 일본의 기계로 설치했었다.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설비의 설치와 AS는 당연히 일본 기술자가 와서 했고, 그 기술자는 지독한 아토피 환자였다. 처음 인천공항에서 그 분을 만나 충주로 이동하면서 혹시나 전염이 되는 피부병이 아닐까 조바심이 났었다. 사전에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으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았을 텐데. 현장에 도착해서 통역을 통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나마 의심하고 걱정했던 일들이 미안한 마음과 안타까움으로 변했다. 하지만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그저 바라보는 것 뿐이었다. 며칠간의 설비조정기간 내내 대화도 거의 없이(일본어를 잘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단풍객잔』, 김명리, 소명출판, 2021

『단풍객잔』, 김명리, 소명출판, 2021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1 문학나눔에 선정된 책이다. 나는 여기에서 소개된 책을 거의 반사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이유는 최소한 두 세권 중에 한 권은 틀림없이 내가 좋아하는 책이 되기 때문이다. 난 아직도 문학나눔 선정 기준을 모른다. 각 출판사마다 신청을 한다는 것 까지는 읽어봤었다. 다만 지난해에 나온 책들 중에 좋은(?) 책들을 고르는 게 아닌가 생각될 뿐이다. 그 ‘좋은’ 이라는 기준이 어디에 있을까 항상 비꼬인 새끼처럼 삐딱하게 바라보게 된다.(정치적인 성향이 있는 책이 많았다.) 그래도 그 중에 문학적으로 내 마음에 쏙 드는 책들이 많았다. 삐딱한 내용이야 읽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열심히 읽다보면 그런 내용이 나와 허탈함을 느끼지만 ..

『비상문(단편소설)』, 최진영, 미메시스, 2021

『비상문(단편소설)』, 최진영, 미메시스, 2021 우울증, 가장 친한 친구 하나가 오랫동안 고생하는 병이다. 나는 항상 같이 있어주고 싶어 하지만 어떤 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니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항상 살고 싶은 욕망이 별로 없다. 동생의 죽음으로 인해 그 원인을 찾아가는 형의 이야기다. 결국 알 수 없는 원인. 살아가는 것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많음을 느낀다. 어느 날 영정 앞에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 자주 옆에서 바라본다. 멍하니. 저자 소개 글 : 최진영 2006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 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구의 증명』과 소설집 『팽이』..

『못 갖춘 마디』, 윤혜주, 북랜드, 2021

『못 갖춘 마디』, 윤혜주, 북랜드, 2021 또 한 번의 가슴 설렘을 감당할 수 없었다. 몇 달 전 ‘먹을 갈다’ 이후에 이렇게 첫 꼭지 글에서부터 정신을 빼앗긴 적이 없었다. 둥둥거리는 가슴을 어찌하지 못하고 두 번째 꼭지 ‘그 때 그 사람’을 만났다. 메모를 하는 손이 벌벌 떨린다. 수필의 생명은 사실감의 표현이라고 배웠다. 아니 들었다. (저는 문학관련 교육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요) 이 책의 글들에는 두드러진 사실감과 찰떡궁합을 연상케하는 적재적소의 단어들과 표현들이 나의 가슴을 두드린다. 두 꼭지를 읽고 더 이상 읽을 수가 없었다. 커피를 한 잔 내려 천천히 마셨다.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마음을 가다듬고 세 번째 꼭지 를 폈다. ‘가을이 부쩍 수척해졌다. 여름내 가들막하던 강물도..

『호르몬이 그랬어(소설)』, 박서련, 자음과 모음, 2021

『호르몬이 그랬어(소설)』, 박서련, 자음과 모음, 2021 오늘 빌려온 두 번째 소설책, 오로지 에세이 위주로 책을 빌리는 편인데, 오늘은 단편 소설집을 두 권이나 빌렸다. 젊은 작가의 소설이 나의 젊은 날을 돌이켜 보게 한다. 저자 소개 박서련 철원에서 태어났다.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 『마르타의 일』 『더 셜리 클럽』을 냈다. ‘암흑의 한국문학 카운슬’의 일원. ‘문학 플랫폼 던전’(www.d5nz5n.com)의 운영진. 독서 메모 나 지금 서울이야 남겨두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자기 연민이고 고쳐 쓰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자기혐오. 어느 쪽도 공정하지는 않다. 왜 그렇게 썼을까? 좀 까져 보여야 쿨한 것 같아서? 정말 까져 보이고 싶었다면 열여덟 살에 했던 첫 섹스에 대해서 썼어야지. 어차피 소설이..

『팔순의 어머니께서 아들의 시집을 읽으시네 (시집)』, 이용호, 실천문학사, 2021

『팔순의 어머니께서 아들의 시집을 읽으시네 (시집)』, 이용호, 실천문학사, 2021 엊그제 시집을 빌리고, 또 시집을 빌려왔다. 이름하여 문학나눔에 선정된 책. 비교적 어렵지 않게 쓴 시라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 소개 이용호 서울에서 출생했다. 2010년 계간 [불교문예]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유배된 자는 말이 많다』, 『내 안에 타오르던 그대의 한 생애』, 『팔순의 어머니께서 아들의 시집을 읽으시네』 등이 있다. 중봉조헌문학상 우수상, 김포문학상 우수상, 교단문예상, 목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독서 메모 바지락을 캐낸 아버지의 장화가 갯벌에 납작 엎드려 있다. 해질 녘 마을 뒤로 바다는 시커먼 몸을 뒤척였으나 그것도 잠시, 고된 몸을 누인 바다의 앓는 소리가 바지락바지락 ..

『몫(단편소설 +일러스트)』, 최은영, 손은경, 미메시스, 2020

『몫(단편소설 +일러스트)』, 최은영, 손은경, 미메시스, 2020 모처럼 단편집을 빌려왔다. 아주 짧고 얇은 책. 1시간도 되지 않는 시간에 읽고 쓰는 것까지 다 끝났다. 요즈음 이슈가 된 젠더 갈등과 오버랩되어 그때의 여성운동에 대한 무지가 머릿속에 머무른다. 다시 한 번 이 문제를 생각한다. ‘글이 라는게 그렇게 대단한 건지 모르겠어. 절말 그런가. 내가 여기서 언니들이랑 밥하고 청소하고 애들 보는 일보다 글 쓰는게 더 숭고한 일인가, …’ 라고 말하는 내용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작가소개 최은영(저)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중편소설 「쇼코의 미소」로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이 있다. 허균문학작가상, 김준성문학..

『네 편이 되어 줄게(할아버지가 엄마에게 해주지 못했던 말)』, 한기호, 창비, 2021

『네 편이 되어 줄게(할아버지가 엄마에게 해주지 못했던 말)』, 한기호, 창비, 2021 저자 소개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출판 평론가라는 직함과 직업이 말해 주듯 인생의 대부분을 책과 함께 살아왔다. 2019년 손자가 태어난 후로는 책보다 손자 사진을 보기에 바쁜 평범한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여전히 책으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으며 『기획회의』와 『학교도서관저널』을 발간하고 있다. 쓴 책으로 『책으로 만나는 21세기』, 『나는 어머니와 산다』 등이 있다. 독서 메모 할아버지는 많은 스승에게서 인생의 큰 교훈을 얻었지만 네가 살아갈 시대에도 그런 스승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나 어려움이 닥치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상상해보기 바란다. 혼자 해결할 수..

『나의 첫 번째 수채화 수업』, 김소라, 비타북스, 2017

『나의 첫 번째 수채화 수업』, 김소라, 비타북스, 2017 캘리그라피에 사용할 그림을 배우는 중입니다. 수채물감과 재료를 준비해서 연습하는 중인데 왕초보가 독학을 하려니 쉽지 않네요. 다행히 이 책은 하나하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열심히 따라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쁘게 그리기는 쉽지 않네요.. 저자 소개 김소라 저자 김소라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후 디자이너로 일하다 마음껏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에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그라폴리오에 꽃, 풍경, 여행 등 다양한 주제로 직접 그린 수채화를 업로드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위로〉, 〈내 마음의 봄〉, 〈소풍을 그리다〉, 〈메리냠냠〉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다양한 상품의 이미지 ..

『글씨 하나 피었네』, 강병인, 글꽃, 2016

『글씨 하나 피었네』, 강병인, 글꽃, 2016 캘리그라피 글씨 연습을 위해 찾던 책인데 마음에 쏙 드네요. 한자 글씨를 쓰셨는데 멋진 글씨가 많습니다. 글씨를 어떤 마음으로 써야하는지도 알게되었습니다. 저자 소개 강병인 저자 영묵 강병인(永墨 姜秉寅)은 1990년대 말부터 서예와 디자인을 접목한 캘리그래피, 즉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한글 글꼴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드라마 〈대왕 세종〉,〈엄마가 뿔났다〉, 〈정도전〉, 〈미생〉, 영화 〈의형제〉, 서울시 슬로건 〈희망서울〉, 진로 〈참이슬 Fresh〉, 배상면주가 〈산사춘〉, 광주요 〈화요〉, 숭례문 복원공사 가림막에 쓰였던 글씨도 그의 작품이다. 한글과 한글 글꼴, 그리고 자연과 우리네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1..

『나누고 싶은 맛있는 그림』, 오혜리, 큐리어스, 2016

『나누고 싶은 맛있는 그림』, 오혜리, 큐리어스, 2016 캘리그라피에 그리는 그림을 연습하기 위해 빌려왔는데, 주로 과일과 음식에 대한 일러스트입니다. 오일 파스텔로 그리는 그림인데 저는 수채물감으로 그리다보니 맘 같이 되지 않네요. 수채화도 왕 초보거든요. 저자 소개 봉봉오리 (본명 오혜리) 오일파스텔로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빵과 샐러드를 좋아한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캘린더 일러스트를 그렸고, 매거진, 출판 등 여러 분야에서 작업하고 있다. 오일파스텔로 그리는 즐거움을 사람들과 나누는 클래스도 꾸준히 운영 중. 지은 책으로 『나누고 싶은 맛있는 그림』이 있다. 인스타그램 @bonbonohri 독서 메모 목차 Part 1 오일파스텔과 친해지기 · 봉봉오리의 기본 도구들 · 선 긋기 · 점 ..

『1일1캘리(수채캘리그라피, 너에게 보내는 봄빛 손글씨)』, 늘봄(고은영), 책밥, 2017

『1일1캘리(수채캘리그라피, 너에게 보내는 봄빛 손글씨)』, 늘봄(고은영), 책밥, 2017 캘리그라피를 연습하면서 글씨보다 그림쪽으로 많이 나온 책을 빌렸다. 수채 그림이다. 전문적이지 않은 간단하게 그릴 수 있고, 캘리그라피에 보조역활을 할 수 있는 그림들이 많다. 그런 그림을 위해 빌려왔는데 혼자 독학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조금씩 조금씩 실력이 늘어가는 것 같아 좋다. 다른 특별한 내용을 적을 건 없고, 목차를 소개한다. 저자 소개 고은영 캘리그라퍼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늘봄 작가는 꽃을 좋아해 글씨와 그림을 늘 봄빛으로 가득 채운다.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여 기업 콜라보레이션과 패키지, 광고, 북커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작업하고 있다. 수채 캘리그라피 엽서와 카드를 판매하는 를 운영..

『청년 도배사 이야기』, 배윤슬, 궁리, 2021

『청년 도배사 이야기』, 배윤슬, 궁리, 2021 스카이 출신 20대 여성의 도배사 이야기. 당연히 궁금증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TV에서 먼저 얼굴은 본 다음이니 말할 필요도 없었다. 나도 회사에 근무하면서 건설현장은 아니지만 기계설비 현장에서 도배사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는 험한 일들을 직접하기도 했었다. 내가 직접 작업을 한 경우도 많았지만 일용직들을 불러서 작업을 시키는 일도 많이 했었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 공감이 가는 부분이 참 많았다. 특히 내용 중에 지저분한 작업복을 입고 회식를 하러 갔었을 때 주인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도배사가 하는 일보다 몇 배나 더 지저분한 일이라, 방진복을 입고 작업을 해도 5분도 되지 않아 속옷까지 새카맣게..

『합정과 망원사이』, 유이영, 은행나무, 2021

『합정과 망원사이』, 유이영, 은행나무, 2021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합정동과 망원동, 한 번 가 보고 싶다. 찬찬히 읽는 동안 우리 동네도 합정동과 망원동 같은 곳이 많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다만 내가 모르거나 알면서도 그냥 지나쳤을 뿐이다. 맛집을 골라 다니는 나에게는 한 집에 필이 꽂히면 옆도 돌아보지 않는 나쁜 습성이 있다. 조금 다른 집들도 여기저기 다녀보고 판단하면 더 정확하겠지만 나는 내가 싫어하면 다시는 생각도 나지 않게 지워버리고, 내가 좋아하는 기준에 맞으면 오직 직진만 한다. 가끔 너무 오지랖이 넓게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눠서 탈이긴 하지만 말이다. 큰 부담 없으면서도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를, 나보다는 조금 젊은 분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저자 소개 유..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이석구의 매일매일 아빠되기)』, 이석구, 문학동네, 2021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이석구의 매일매일 아빠되기)』, 이석구, 문학동네, 2021 딸을 키워 나가는 소소한 일상을 그림에세이로 엮었다. 글을 길지도 많지도 않지만 아이를 향한 부모의 마음이 잔잔하게 녹아있고, 커가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세 살 손주 생각이 난다. 오늘도 엄마랑 아웃렛에 옷 사러 갔다가 킥보드 보고 “이거 집에 있쟈나 ~” 했단다. 25개월 이제 겨우 단어를 연결하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폭발적으로 말을 잘한다. 깜짝 깜짝 놀라는 게 하루 일과다. 보름 전인가는 겨우 단어를 연결하기 시작하더니 같은 반 친구가 계속 울고 있으니까. 한 참을 쳐다보더니 “그만 울어”해서 어린이집에서 모두 깜짝 놀랐다고 했었다. 말하는 게 하루가 다른 게 아니고 한 시간이 다른 것 같은 느낌이다. ..

『메멘토 모리』, 후지와라 신야 글사진, 양억관 옮김, 한스미디어, 2010

『메멘토 모리』, 후지와라 신야 글사진, 양억관 옮김, 한스미디어, 2010 서가를 뒤적이다가 문득 잡힌 책, 메멘토 모리라는 단어에 손이 갔다. 책을 펼치니 글이 많지 않고 사진집이었다. 열람실에서 잠깐 읽었다. 그림보다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보게 된다. 인터넷에서 메멘토 모리(Memento-Mori)의 정확한 뜻을 찾아 봤다. ‘자신의 죽음을 기억한다.’,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 고 되어 있었다. 저자 소개 후지와라 신야 글, 사진 1944년 후쿠오카 현에서 태어났다. 사진가, 작가. 도쿄예술대학 서양화과를 중퇴하고 인도를 비롯하여 아시아 각지를 여행하고, 《인도방랑》《티베트방랑》 《동양기행》 등을 저술했다. 그 ..

『서재의 등산가 』, 김영도, 리리퍼브리셔, 2020

『서재의 등산가 』, 김영도, 리리퍼브리셔, 2020 에베레스트 원정대장, 북극 탐험대장를 하신 분의 글이라 처음엔 등산기를 쓴 책으로 알고, 망설이다가.(제가 여행기보다는 에세이를 좋아해서요) 문학나눔 서적으로 선정된 스티커를 보고 선택했다. 이 책은 여행기나 등산기가 아니라 산을 바라보는 인생을 이야기 한 책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산이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란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을 펼쳤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생이 길고 짧고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어떻게 사는가가 더 중요하다.’라는 글이 가슴에 멈춘다. 노 작가님의 마지막 말씀인 ‘나는 철학도이자 등산가로 내 인생을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려고 한다.’라는 말에 고개를 숙인다. 저자 소개 김영도 1977년 한국에베레스트원..

『소년을 읽다. 』, 서현숙, 사계절, 2021

『소년을 읽다. 』, 서현숙, 사계절, 2021 소년원! 생경한 단어다.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단어다. 이 책은 저자가 1년간 소년원에서 국어 수업을 하는 동안 쓴 일기를 엮었다.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소년원의 중학교 졸업을 도우기 위한 사업의 일환인 수업에 파견교사로 참여했고, 그 1년간의 일들은 적었다. 독서 위주의 수업을 진행하면서 같은 책을 읽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차분하게 그렸다. 내가 바라보던 편견을 하나하나 내려놓게 했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도 어렴풋이 생각나게 한다. 오늘 또 하나의 생각이 내 마음을 정리하고 지나간다. 편견을 지우고, 진정한 사랑을 배워본다. 저자 소개 서현숙 인생의 절반을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살고 있다. 알고 보면 뼛속 깊이 재미주의자. 공..

『나는 천천히 아빠가 되었다. 』, 이규천, 수호서재, 2019

『나는 천천히 아빠가 되었다. 』, 이규천, 수호서재, 2019 저자를 만난 건 SBS에서였다. 프로그램이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영제발굴단이라고 한다. 정말 자식을 잘 키웠구나 생각했었다. 책을 받아든 순간 이미 빠져들어 있었다. 기대를 저버리자 않는다. 티비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다시 새록새록 기억에 난다. 저자님은 방목이라고 말씀하신 그 방법을 우리는 왜 하질 못하는가? 나도 아들 둘을 다 키워 이젠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다시 애들을 키운다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지 못한 내가 요즈음 더 후회하면서 남은 인생을 멋지게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편이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 행복이다. 어떤 행동이..

독서 메모 게시판 글을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오늘 이런 내용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kakao] 안녕하세요. 카카오 입니다. 고객님의 Daum 서비스 이용에 대하여 안내말씀 드립니다. 고객님께서 작성하신 게시물(댓글)에 대해 권리침해신고가 접수되어 아래와 같이 조치되었습니다. 조치내용을 확인하시어 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 신고대상 : [https://blog.daum.net/sulaim/14908443] [『당신이 희망입니다. 』, (고도원의 아침편지), 고도원, 오픈하우스, 2008] • 신고자 : 권리침해 당사자 • 신고내용 : 명예훼손 게시물(댓글) 삭제 요청 • 조치일자 : 2022-03-31 • 조치내용 : 해당 게시물(댓글) 임시조치 임시조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미친개(그림책 : 박기범 쓰고, 김종숙 그리다) 』, 박기범, 낮은산, 2008

『미친개(그림책 : 박기범 쓰고, 김종숙 그리다) 』, 박기범, 낮은산, 2008 어린이용 동화집이다. 그림 동화집. 글보다 그림에 더 눈이 간다. 요즈음 시작한 캘리그라피에 수묵화를 곁들이는 공부를 하기 때문에 이런 그림은 나에겐 좋은 선생님이시다. 아주 수준 높은. 나는 개를 기르지 않는다. 요즈음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지만 들개로 표현되는 주인 없는 개들도 많아 TV에서는 그 문제점을 부각시켜 방송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같이 생존할 수는 없을까? 개 뿐 아니라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단지에 길고양이용 움막을 지어주고, 음식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위생적이고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고 고양이 집을 철거하고 음식을 주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난 아직도 어느 쪽이 정당한지..

『오늘도 잘 살았습니다. 』, 류승희, 생각정원, 2020

『오늘도 잘 살았습니다. 』, 류승희, 생각정원, 2020 이 책은 만화책이다. 만화 에세이. 본문은 물론이고 프롤로그나 에필로그도 만화로 그렸다. 그동안 만화에세이를 몇 권 본 적이 있는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만화로 그런 건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을 잔잔한 생각으로 풀어나간 만화다. 저자 소개 류승희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했고, 서른이 다 되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낮에는 두 아이의 엄마로, 밤에는 만화가로 분주히 살고 있습니다. 매일 책상에 앉아 끼적이길 좋아하고, 한낮의 요가와 산책을 즐깁니다. 누군가의 책장에 꽂혀 있는 작가의 책을 상상하며, 오늘도 느릿느릿 연필로 세상을 그립니다. 첫 책 《나라의 숲에는》으로 ‘2013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받았습니다. 《..

『나목』, 박완서, 유이넘, 2014

『나목』, 박완서, 유이넘, 2014 박완서 작가님의 등단 작품이기도 하고, 교과서 한국문학으로 널리 알려진 『나목』. 청소년들을 위해 만든 책이다. 이것도 숲속책방 천일야화에서 소개한 책이다. 박완서 작가님의 책을 많이 읽기도 했지만 요즈음도 꾸준히 새로 만들어진다, 물론 돌아가신 분이 새로 글을 쓰실 일은 없으시겠지만 그동안 발표한 작품들을 다시 모아 만드는 책일 게다. 대학논술시험에 많이 나오는 책. 새삼스럽다. 내가 이 나이에 논술을 볼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도 궁금했다. 논술과 관계없이 그냥 보고 싶어 책을 폈다. 책의 마지막을 넘기면서 웃음이 났다. 논술 문제라니... 학생들의 참고서를 읽는 기분이었다. 맞아 이 책이 ‘서울대 교수진이 추천하는 통합논술’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책이지.. ..

『대장장이 성자』, 권서각, 푸른사상, 2020

『대장장이 성자』, 권서각, 푸른사상, 2020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1 문학나눔 선정 도서이다. 1977년 시인으로 등단한 분의 글이라 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예상을 깨고, 참 쉽고도 재미있는 책이었다. 과장되게 이야기하면 웃다가 마지막장을 넘기는 책. 금기어도 사투리을 섞어 자연스럽게 표현해 글의 흐름을 매끄럽게 하고, 재미를 더했다. 작가소개에 경북 순흥 출신이라고 하셨다. 나와 같은 변방 시 출신이고 사진으로 본 모습이 비슷한 또래라서 혹시 아는 분일까 안테나를 세우고 읽었다. 좀처럼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던 그때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동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것을 보면 동기생은 아닌 것 같은데 비슷한 연배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순흥청다리와 덕칠이, 그리고 흰장..

『기다림의 힘』, 오구라히로시, 부키, 2014

『기다림의 힘』, 오구라히로시, 부키, 2014 이렇게 단순명쾌한 논리 하나로 책을 끝까지 쓴 것도 신기하다. 단 하나의 논리가 ‘내가 하는게 빨라’를 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예를 든 A형에 속하는 사람이다. ‘애이! 내가 하는 게 빨라.’ 이런 생각을 마지막 퇴직할 때까지 가지고 있던 사람이다. 옆자리에 옆자리에 앉은 상무는 엑셀이나 워드 등 업무처리가 쉽지 않아 여직원들에게 항상 맡기는데, 나는 ‘내 보다 엑셀, 워드를 더 잘하는 직원 있으면 말해봐!’ 하면서 모든 서류도 내가 모두 작성했다. 사실 설명하는 시간에 내가 하면 빠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게 좋은 게 아니란다. 사실 현역에 있을 때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하는 게 빠르고 ..

『혼잣말이 저 혼자 (시집)』, 홍미자, 파란, 2022

『혼잣말이 저 혼자 (시집)』, 홍미자, 파란, 2022 처음으로 시집을 빌려왔다. 쉽지 않다. 문학나눔에 선정된 책이란다. 다시 한 번 읽었다. 그래도 쉽지 않다. 저자 소개 홍미자. 1960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2018년 〈내일을 여는 작가〉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혼잣말이 저 혼자〉를 썼다. 독서 메모 옆으로 가는 사람들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수십 미터 암흑 속 바퀴가 길을 내고 있다 단단한 바닥을 부딪는 신음 소리 찢겨 나가는 바람의 외침 못 들은 척, 마주 앉은 얼굴들 마주 보고 앉기 지하철 좌석의 이 어색한 배치는 어쩌면 방관의 자세 어둠을 가르는 일은 바퀴의 몫으로 두고 그 고통이 남긴 궤적을 따라 사람들, 비켜 앉은 채 옆으로 간다 그들의 최선은 어둠과 정면으로 서지 않는 것..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문학동네, 2018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문학동네, 2018 영화에 대한 취미가 별로인 나는 영화배우에 대한 관심도 별로였다. 아침에 하정우 배우가 출연한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하정우배우가 책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 읽은 책이다. 하정우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된 책이다. 걷기를 이렇게 좋아하고, 이렇게 열심히 걷다니. 나는 걷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작년에는 하루에 100리(40km)이상을 몇 번 걸었었다. 주위에서 갑자기 많이 걷는다고 하지 말라고 말리는 바람에 열 번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 둔 것 같은데 이번 봄부터는 조금씩 걸어볼 생각이다. 나도 처음에는 마라톤 풀코스를 걷는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걱정이 되었는데 첫 번째 100리길을 정말 우연히 걷게 되어 자신감이 붙었다..

『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 걸』, 이정환, 김영사, 2021

『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 걸』, 이정환, 김영사, 2021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쓴 글이라 여행기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여행기가 아니라 에세이였다. 남들은 전공의라고 하면 더군다나 성형외과 전공의를 마친 의사라면 부러울 게 없을 것 같은데 극심한 불면증과 의사로서의 부담이 장기간의 여행을 하게 했다. 그래도 용감하게 현실을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부럽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대단한 용기다. 아무나 뿐 아니라 나는 더욱 힘들고, 실제로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다. 심지어 지금은 시간이 있는데도 훌쩍 떠나지 못한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안식년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안식년은 꿈도 못 꿀 사람이 있을 것이고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지금 손에 쥐고..

『연남천풀다발』, 전소영, 달그림, 2018

『연남천풀다발』, 전소영, 달그림, 2018 백창화의 『숲속책방 천일야화』에서 소개한 그림책이다 그림책을 찾아 한 참을 서가를 뒤적였다. 그런데 이 책이 유아용으로 분류된 책이었다. 성인이 봐도 충분할 그런 책이 어떻게 유아용으로 분류되었는지 무척 궁금했는데, 책 뒤편에 사용연령 6세 이상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인가보다. 실제 지명이 홍제천인 냇가의 이름을 동네 이름을 따서 연남천이라고 했단다. 서울에 50년 가까이 살았지만 연남동이 어디쯤인지 잘 몰랐다. 그런데 제 작년부터 연남동에 큰 며느리가 파티룸를 시작하여 여러 번 다녀왔었다. ‘연남천’ 그 이름이 익숙하고 궁금하여 책을 빌렸다. 그것도 1층 아동 도서실로 가서. 연남천에 피는 야생화를 그리고 글을 썼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최고의 ..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겐지, 언제나북스, 2021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겐지, 언제나북스, 2021 참 특이한 책이다. 한편의 시를 한 권의 그림책으로 만든 책, 백창화의 『숲속책방 천일야화』에 소개되어 찾아서 빌려왔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한편의 시. 몇 번을 앞뒤로 넘겨가며 읽고 또 읽었다. 책의 끝 부분처럼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모두가 그런 사람이 되길 손모아 기도드립니다. 저자 소개 미야자와겐지 1896년 일본 이와테현에서 태어났다.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원작 《은하철도의 밤》을 비롯해 《비에도지지 않고》 《바람의 마타사부로》 《첼로 켜는 고슈》 등 많은 유작을 남겼으며, 현재까지도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역자 : 이지은 그림 : 곽수진 영국 킹스턴대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다. 영국에..